포스닥 신철호 대표 “수익내는 ‘빨간색’-수익불문 ‘파란색’ 사업 병행”

  • Array
  • 입력 2012년 4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창업, 하고 싶은 일 찾는게 우선”

온라인 전자투표시스템 구축 회사인 포스닥의 신철호 대표(38·사진)는 최근 미국의 벤처캐피털리스트 랜미 코디사가 지은 ‘승려와 수수께기’의 한국어판을 내놨다. 2008년 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 다니던 그가 기업가정신 수업 때 읽던 책이다.

신 대표는 “당시 수업에서 ‘기업에 이익은 목적이 아닌 결과이며 이윤은 최우선 목표가 아니라 지속적 생존을 위한 본질적 조건’이라는 말을 듣고 가슴이 뛰었다”며 “최근 벤처기업 창업에 나선 젊은이들과 감동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의 기업가정신을 다룬 이 책의 인세는 전액 대안학교인 ‘풀뿌리 사회지기학교’에 기부된다.

1996년 창업한 신 대표는 스스로를 벤처 1.5세대쯤으로 여긴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국내에 벤처열풍이 불면서 신 대표 역시 거품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는 “2000년대 초반에는 15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제안까지 받았지만 당시 새롬기술이 3800억여 원을 투자받는 상황에서 너무 적다고 생각해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패기만만했다.

그러나 신 대표는 곧 난관에 부닥쳤다. 사업의 외형을 키우기 위해 이익도 나지 않는 정부사업을 무리하게 수주한 데다 한때 직원의 횡령사건까지 발생했다. 그는 수면제 150알을 먹고 자살을 기도했을 만큼 절망적인 상황에 빠졌다. 신 대표는 “당시 투자를 받아 사업 확장에 나섰다면 많은 분에게 피해를 끼쳤을 것”이라며 “투자를 받지 않은 게 오히려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역경을 이겨낸 뒤 한층 성숙해진 그는 요즘 후배들과 함께 이른바 ‘빨간색 사업’과 ‘파란색 사업’을 하고 있다. 빨간색 사업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버는 사업이고 파란색 사업은 수익과 상관없이 순수하게 하고 싶은 일을 의미한다.

지식의 공유를 모토로 내세운 미국의 유명 강의인 테드(TED)를 모바일상에서 볼 수 있도록 무료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들어 광고수익을 올리는 게 빨간색 사업, 다음 달에 내놓을 정치지도자에 대한 상시투표 시스템이 파란색 사업의 대표적인 예다. 4, 5년에 한 번 투표할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추천하는 차기 정치 지도자에 대해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투표해 평가하자는 취지다. 돈을 벌 목적이 아니니 수익모델은 없다.

신 대표는 창업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에게 “돈을 벌겠다는 의욕보다는 열정에 끌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기업#포스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