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치솟는 기름값 잡기 대책 내놨지만… “10만원 주유하면 2000원 싸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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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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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도 휘발유 판매

석유화학기업인 삼성토탈이 국내 휘발유 시장에 새로 진입한다. 이에 따라 50년 동안 유지됐던 정유 4사의 과점(寡占) 시장이 좀 더 경쟁적인 시장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제유가와 유류세가 결정하는 기름값을 수요를 줄이기 위한 대책 없이 유통구조 개선만으로 내리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삼성토탈의 휘발유 공급량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데다 최대 1000개가 목표인 알뜰주유소의 시장 파급력도 한계가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새로운 플레이어로 과점체제 흔들기


지식경제부는 19일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와 함께 삼성토탈의 휘발유 시장 진입을 포함한 ‘석유제품 시장 경쟁촉진 및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정유사의 과점으로 유가가 오르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한 지 6일 만에 나온 조치다.

정부는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삼성토탈에 알뜰주유소용 휘발유 공급에 나설 것을 요청해 관철시켰다. 삼성토탈의 휘발유 시장 진출은 기존 정유 4사에 적지 않은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정부는 강조한다. 실제로 삼성토탈이 2010년 석유정제업 등록을 할 당시 4대 정유사는 삼성토탈의 석유비축 의무를 강하게 요구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삼성토탈의 휘발유 공급량이 워낙 적다는 게 한계다. 지경부에 따르면 삼성토탈은 증산(增産)을 하더라도 연간 휘발유 생산량이 우리나라 전체 소비량인 7000만 배럴의 2.1%인 150만 배럴에 그친다.

정부는 원유 수입 폭을 늘리고 알뜰주유소를 확대하기 위한 파격적 인센티브도 마련했다. 전자상거래용 수입 원유에 대해 할당관세를 3%에서 0%로 낮추고, L당 16원인 석유수입 부과금도 환급해 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기존 주유소에서 알뜰주유소로 전환하거나 신규로 뛰어드는 사업자들에게 소득세와 법인세, 지방세를 일시 감면해주는 한편 주유소 매입 및 임차비용, 시설개선 자금까지 지원해줄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알뜰주유소를 당초 목표인 연내 700개에서 최대 10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4월 유가대책에 포함됐으나 성과가 미미한 석유 혼합판매에 대해서도 정부가 직접 나서기로 했다. 공정위는 주유업자의 뜻에 반해 자사(自社)의 석유제품을 100% 쓸 것을 강요하는 정유업체를 적발해 처벌할 계획이다.

○ 소비자 반응은 “글쎄…”

정부의 전방위 대책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하락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정부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가격 하락 폭이 L당 30∼40원일 것으로 예상했다. 기름값으로 한 번에 10만 원어치를 주유하는 직장인이래야 기껏 2000원 정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송보경 소비자시민모임 석유시장감시단장(서울여대 명예교수)은 “유류세와 국제유가가 전체 기름값의 92%를 차지하고 있어 이번 대책의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유류세 중 탄력세율 인하를 먼저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개선방안이 공급 편향이어서 소비자 수요대책은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기름값이 올라도 교통량은 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기름 공급자에 인센티브를 주는 이번 대책을 실행하기 위해 연간 390억 원에 이르는 세수(稅收)를 포기하는 것보다는 유가 상승에 취약한 저소득층에 ‘유류 쿠폰’을 지급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다.

문춘걸 한양대 교수(경제금융학부)는 “이번 대책은 정부가 알뜰주유소 등 특정 사업자와 그 주변에 있는 차량 소유자에게만 예산을 퍼주는 것과 같다”며 “영세민을 위한 지원책이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 입 나온 정유업계


정부의 유가안정 종합대책에 대해 정유업계는 “새로운 것이 없다”며 일단 말을 아꼈지만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해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석유 수입사와 알뜰주유소 지원을 강화하는 것은 기존 정유 4사와 폴 주유소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정유사와 주유소가 자율적으로 추진해야 할 석유 혼합판매를 정부가 법으로 규제하겠다는 것도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특히 혼합판매에 나서는 주유소가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도 복수 정유사의 기름을 섞을 수 있도록 하면 품질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정유사 관계자는 “무분별한 혼합판매는 유사석유를 남용할 가능성을 높이고 정유사들이 쌓은 브랜드 가치 혹은 상표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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