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연구]<下>글로벌 강자 현대차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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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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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공세-노사분규-경영 승계 ‘3각 파도’ 넘어야

“올해는 9개국(한국 포함) 30개 공장의 글로벌 생산체제를 갖추는 원년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현대차의 중국 3공장(7월 예정)과 브라질 공장(11월 예정) 완공으로 전 세계 718만 대의 생산체제를 갖춘다. 도요타의 1000만 대(합자법인 포함) 생산체제에 성큼 다가서며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하는 것이다.

도요타의 첫 해외 생산은 1959년 브라질에서였다. 현대차의 첫 해외 생산(1997년 터키)보다 38년 앞섰다. 도요타는 일본 내 12개 공장 외에 해외 26개국에 51개의 공장(부품공장 포함)이 있다. ‘도로가 없다면 깔아주고라도 차를 판다’며 1960년대 조기 진출한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한다.

현대차는 세계 각지에서 경제 수준에 맞춘 현지 전략모델로 시장을 파고들었다. 인도에서는 최저 27만 루피(약 600만 원)의 초저가 경차 ‘이온’을, 중국 러시아에서는 소형차 ‘엑센트’의 현지형을 내놨다.

도요타는 지나치게 많은 라인업을 운용한다는 문제가 있다. 도요타와 렉서스 브랜드로 나오는 차만 60여 종에 달한다. 특유의 내수 판매 방식 때문이다. 도요타는 일본에서 ‘도요타’ ‘렉서스’ ‘도요펫’ ‘코롤라’ ‘네츠’ 총 5개의 독립 판매망을 운영한다. 취급하는 차종도, 판매조건도 제각각이다. 일본 아이치대의 이태왕 교수는 “지역 토박이가 운영하는 이들 딜러가 신차 투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도요타의 연구개발(R&D) 경쟁력이 분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내수시장에서는 지난해 기준 점유율 79.8%(기아차 포함)의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닛산 혼다 등과 경쟁하는 도요타의 지난해 내수 점유율은 42.3%(렉서스 히노 다이하쓰 포함)였다.

현대차의 걸림돌은 지난해 10만 대 판매를 넘긴 수입차 시장이다. 도요타는 지난해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미국산 차종을 투입하며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장수(현대차)를 잡기 위해 말(한국 시장)을 쏘는 셈’이다. 튼튼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해외 투자에 나서는 현대차의 성장 모델에는 위협적이다.

내수시장 방어와 대외 브랜드 강화를 위해 고급차 개발 능력이 필요하지만 현대차는 최근까지 ‘90%의 소비자를 위한 차를 만든다’는 원칙을 유지해 왔다. 최고급 세단 ‘에쿠스’(2002년)를 출시한 지 10년밖에 되지 않는다. 도요타는 1989년 고급 브랜드 ‘렉서스’를 출범시켰다.

노사관계는 풀리지 않는 숙제다. 조합원 4만5000여 명의 현대차 노조는 국내 최대 노동자 이익집단으로 신차 투입이나 해외공장 설립을 놓고 매년 노사분규가 계속되고 있다. 도요타는 일본 내 노조원이 6만5000여 명에 달하지만 노사분규가 사실상 없다. 다만 종신고용을 빌미로 한, ‘가이젠(改善·도요타의 비용절감을 위한 생산성 혁신운동)’으로 대표되는 지나친 원가절감이 근로자의 업무를 과중하게 한다는 지적이 있다.

현대차는 ‘정몽구 시대’ 이후를 대비한 조직 개편과 경영권 승계 문제가 남아있다. 이달 기준 56개에 달하는 계열사의 효율적인 관리도 과제 중 하나다. 도요타그룹의 계열사는 16개에 불과하다.

또 친환경차 시대에 앞서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선점한 도요타가 포드, BMW 등과 기술 제휴에 나선 데 비해 현대차는 독자 개발을 고집하고 있어 ‘기술적 고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리스크컨설턴트협회의 이시카와 게이코(石川慶子) 컨설턴트는 “기업 규모가 커지면 내부 조정을 중시해 대외적 활동에 소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기업#현대자동차#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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