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라이벌은 구글! 판이 뒤집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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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생태계 경쟁구도 변화

현대자동차 핵심 연구인력들이 향후 수년간 가장 큰 경쟁상대로 꼽는 기업은 바로 구글이다. 과거에는 목적지까지 굴러만 가면 임무를 완수했던 자동차가 이제는 새로운 서비스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개념이 다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구글은 자동운행이 가능한 무인자동차인 ‘구글카’를 선보였다.

현대차 연구소 관계자는 “갈수록 자동차는 이동수단이 아닌 ‘엔진만 단 전자기기’의 형태로 바뀌고 있다”며 “현대차의 경쟁상대는 이제 도요타도, 폴크스바겐도 아닌 구글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자동차 부품에서 전자기기나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25% 수준에서 2015년에는 40%까지 확대될 것으로 본다. 이에 맞춰 현대차의 연구개발(R&D)센터인 남양기술종합연구소도 전자개발센터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테마파크에 대형마트가 생긴다면?


동아일보 산업부는 2009년 5월 20일자 A2면 ‘21세기 산업계 신경쟁지도’를 통해 이종(異種) 영역 간 기업의 국경 없는 경쟁에 대해 조명했다. 당시 엔씨소프트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인 ‘리니지’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대본에 반영하는 등 쌍방향성을 강조한 미국 드라마를 경쟁상대로 꼽았다. 또 진로 ‘참이슬’은 회식 대신 집에서 TV를 시청하는 고객들을 의식해 액정표시장치(LCD) TV를 라이벌로 여겼다. 3년이 지난 지금 이런 경쟁구도는 여전히 유효할까.

3년 전 조사 대상 기업 중 한 곳인 이마트는 당시 삼성 휴대전화 브랜드 ‘애니콜’을 경쟁상대로 꼽았다. 똑같은 공산품을 10원 낮은 가격에 파는 대형마트의 경쟁구도에서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는 절대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 신뢰도 조사에서 수위 경쟁을 다투던 애니콜이 경쟁상대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이마트는 새로운 경쟁상대로 에버랜드를 꼽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많은 시간을 점유할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가진 테마파크에 대형마트가 들어선다면 우리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마트는 고객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리모델링 후 다시 문을 연 자양점의 경우 키즈카페, 문화센터, 푸드코트 등의 공간이 기존보다 2배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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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들이 머무는 공간을 선점하라

현대차와 이마트의 사례에서 보듯 2012년 산업계는 소비자의 더 많은 시간을 점유하려는 ‘시간점유율’ 경쟁에서 이제 소비자를 붙잡을 수 있는 유무형의 ‘공간’인 플랫폼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플랫폼 경쟁에 가장 민감한 곳은 바로 이동통신사 등 IT 회사들. LG유플러스는 ‘뽀로로’나 ‘코코몽’처럼 장난감을 경쟁자로 꼽는다. 롱텀에볼루션(LTE) 휴대전화로 보는 뛰어난 초고화질(HD)급 화질의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에게 장난감 못지않은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과거 유아콘텐츠는 이동통신사들이 크게 신경을 쓰지 않던 분야였지만 요즘은 매출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킬러콘텐츠’가 됐다. KT도 콘텐츠와 플랫폼을 동시에 갖춘 구글을 잠재적 경쟁상대로 본다.

SK텔레콤은 샤넬 화장품을 경쟁자로 꼽았다. 브랜드에 대한 높은 충성도는 언제든지 이동통신사를 떠날 준비를 하는 소비자들을 붙잡기 위해 꼭 연구하고 배워야할 ‘선의의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진로 ‘참이슬’은 당장 ‘2030세대’의 달라진 회식문화가 고민거리다. 요즘은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나 음료로 2차를 대신하는 직장인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술자리에서도 소주잔을 비우는 대신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젊은 소비자가 많다. 미국의 일부 스타벅스 점포에서는 알코올이 들어있는 음료를 팔기도 한다. 만약 한국 내 스타벅스가 주류에까지 손댄다면 진로로서는 고민거리가 되는 셈이다.

송인성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의 영향으로 산업 생태계의 개념이 다시 정의되고 있다”며 “서로의 장점을 취하는 융복합(컨버전스)으로 ‘판’을 키워 소비자들이 머무는 플랫폼을 선점하려는 경쟁전략이 요즘 기업들의 화두”라고 설명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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