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銀은 美 본사의 ‘현금인출 전용 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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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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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액배당 한달여만에 “연내 700억원 비용절감” 요구

지난해 12월 모회사인 미국 씨티그룹의 경영악화로 2011년 결산이 끝나기도 전에 고액 배당을 해 논란을 빚었던 한국씨티은행이 본사의 비용감축 요구로 구조조정 소문이 행내에 도는 등 연초부터 뒤숭숭하다. 씨티그룹은 긴축경영을 하라며 한국씨티은행에 올해 6000만 달러(약 700억 원)의 비용을 줄이라고 지시했다.

○ 한국씨티는 ‘현금인출기(?)’


씨티그룹이 줄이라고 한 6000만 달러는 2010년 한국씨티은행의 전체 관리비 8310억 원의 약 8%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마케팅 비용 감축만으론 모자라 은행 측이 구조조정에 나설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은행 안팎에서 나온다. 현재 한국씨티은행 본점에는 지점장에서 밀려난 직원 100여 명이 특별한 보직 없이 사실상 대기발령 상태로 지내고 있다.

직원들은 한국씨티은행을 ‘현금인출기’로 여기는 모기업의 행태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낸다. 이 은행 관계자는 “사측이 지난해 말에도 구조조정을 추진하려다 노조의 반발로 중단했는데 언제 구조조정 카드를 들고 나올지 몰라 불안하다”며 “한국에서 얻은 이익을 재투자하지 않고 미국 본사로 보내기만 하면 자산이 60조 원에 불과한 한국씨티가 어떻게 자산이 300조 원을 넘는 4대 금융지주와 경쟁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2004년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서울지점의 통합으로 출범한 한국씨티은행은 그동안 순이익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는데도 줄곧 배당을 늘려 왔다. 2010년에는 2006년(3241억 원)보다 적은 3156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배당은 두 배가량 많은 1002억 원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2011년 결산이 끝나기도 전에 사상 최대인 1299억 원을 배당했다. 씨티그룹이 2600억 원의 배당을 요구했으나 금융당국이 세 차례나 제지한 끝에 절반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 8년간 점유율 되레 하락


한국씨티은행은 2004년 통합 출범 당시 ‘미국 씨티은행의 선진 경영기법을 들여와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후 시장점유율이 되레 감소해 2001년 한미은행장 시절부터 11년간 은행장으로 있는 하영구 은행장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까지 일각에서 나온다.

하 은행장은 “2004년 7%이던 한국씨티은행의 시장점유율을 수년 내에 10%까지 끌어올려 메이저 은행이 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한국씨티은행의 점유율은 4%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그는 2010년에는 ‘양적 성장 없이는 수익 성장도 없으므로 지점 수를 20% 늘리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다.

한국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하 은행장이 본사의 지침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뒤 직원들에게 ‘힘이 없다’ ‘내 권한 밖이다’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본사의 입장을 대변하라고 은행장으로 뽑은 건 아니지 않으냐”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상당한 돈을 벌면서도 중소기업 지원이나 사회공헌에 인색한 한국씨티은행의 행태도 도마에 올랐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10년 한국씨티은행이 사회공헌 용도로 쓴 돈은 79억 원으로 18개 시중은행 중 가장 적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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