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책임제’에도 과일값 들썩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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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설 명절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 기간 제수용 과일과 임산물, 생선 등의 물가가 만만치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왔다. 청와대는 ‘물가관리 책임실명제’까지 도입하며 물가 단속 고삐를 죄고 있지만 이들 품목 중 상당수는 인력(人力)으로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축수산물 물가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농림수산식품부는 날로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의 ‘설 성수기 과일 출하 전망’에 따르면 올 1월 사과(4만7000t)와 배(5만8000t)의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약 17%씩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과와 배는 명절 기간 선물 및 제수용 과일로 가장 인기가 많은데 특히 제사상에 올리기 좋은 대과(大果)의 수요가 많다. 하지만 올해 설에는 지난여름 이상기후로 인한 전염병 피해로 사과와 배 모두 대과는 물론이고 중과(中果)조차 그 수량이 적어 유통업계가 애를 태우고 있다.

가격은 이미 뛰고 있다. 8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설 명절 때 4만9800원이던 ‘맛깔스러운 사과 세트’(12개들이)는 5만4800원으로 10% 뛰었고, ‘맑은 향기 배 세트’(13개들이)도 같은 기간 3만5800원에서 3만7800원으로 값이 올랐다. 롯데마트에서도 6일 현재 1.3kg짜리 사과 상품(上品)은 지난해보다 25% 오른 5000원에 팔리고 있고, 4개들이 배는 8800원으로 지난해보다 10% 올랐다.

농경연은 “설 대목 기간 사과의 평균 도매가격(가락시장)은 상품 15kg이 4만9000원∼5만3000원 선으로 과일 값이 비쌌던 작년 평균(4만9870원)보다도 최대 6% 이상 더 높을 것”이라며 “배도 상품 15kg이 4만∼4만3000원에 달해 작년 평균(4만1145원)보다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밤, 대추 등 제수용 임산물의 값은 더 많이 뛰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밤(상품·40kg)의 도매가격은 작년 9만5000원에서 올해 17만 원으로 78.9%나 올랐고, 대추(상품·14kg)는 13만5000원으로 35%가량 상승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여름 장마 장기화에 따른 일조량 부족으로 과육이 잘 성장하지 못해 대부분의 제사용 과실류 값이 비싸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근 공급 과잉으로 값이 떨어지고 있는 한우는 평소 가격 대비 최대 50% 이상 싼 선물세트가 속속 나오고 있어 소비자들의 설 선물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실제 3일 농경연이 소비자 6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 선물 수요 조사에서 올해 설 명절에 과일을 선물하겠다는 사람은 36%로 지난해보다 3.6%포인트 낮았지만 축산물을 사겠다는 응답은 2.3%포인트 늘어 과일 수요가 한우로 돌아섰음을 짐작하게 했다.

한편, 명태, 오징어, 갈치 등 명절 인기 수산물은 어획 부진으로 전년보다 값이 비쌀 것으로 전망된다. 명태는 최근 우리나라 주변 바다의 수온 상승 때문에 국내산이 거의 잡히지 않고 있다. 오징어(중품·1kg)와 갈치(중품·1kg) 도매가격도 각각 5575원, 1만93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가까이 올랐다. 농식품부는 정부가 비축하고 있던 명태, 조기, 고등어, 오징어 3114t을 22일까지 반값에 공급해 물가 안정을 도모할 계획이지만 전체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축수산물 물가는 이상기후, 전염병 등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일반 공산품과 달리 계획을 세워 수급 안정을 꾀하기 어려워 답답하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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