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배우다 서로 닮은… 세대 넘은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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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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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부부동반 유럽여행’ 돈독한 교분

김승유 회장(왼쪽), 정태영 시장(오른쪽)
김승유 회장(왼쪽), 정태영 시장(오른쪽)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지치지 않는 학구열과 실행력을 지닌 김 회장님을 존경합니다.”(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

“금융계에 디자인경영의 중요성을 도입한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리더라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 회장과 정 사장이 나이와 경력을 초월한 돈독한 교분을 나눠 눈길을 끌고 있다. 경기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68세의 김 회장과 고려고,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한 51세의 정 사장은 지연이나 학연과는 관계가 없다. 김 회장은 1965년 한일은행 입행 후 46년간 줄곧 금융인의 길만 걸어왔고 정 사장은 현대카드 사장이 되기 전 16년간 현대종합상사 현대정공 현대기아차 같은 제조업체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공통분모가 전혀 없는 듯한 두 사람은 5년 전 현대카드의 성공 비결을 궁금해 하는 김 회장의 연락으로 친분을 쌓기 시작해 부부동반 유럽여행을 다닐 정도로 각별한 사이가 됐다. 김 회장이 LG유통 삼성테스코를 거친 유통전문가 출신의 이강태 씨를 2009년 하나SK카드 사장으로 영입한 이유도 ‘비(非)금융인이 베테랑 금융인 못지않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을 정 사장으로부터 얻었기 때문이다.

○ 나이 차 떠나 서로의 장점 배워


정 사장은 5일 기자와 만나 “김 회장께서 지지부진한 외환은행 인수 계약으로 마음고생하는 것을 지난 1년간 옆에서 지켜봤다”며 “마침내 계약이 성사돼 내가 더 뿌듯하고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이어 “굳이 대형 인수합병(M&A)을 하지 않고도 편안하게 금융인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하나금융을 지금보다 더 확고한 반석 위에 올려놓고 떠나야 한다는 철학이 있었기에 힘든 일을 자청한 것 같다”고 높이 평가했다.

특히 정 사장은 김 회장의 ‘늘 배우려는 자세’를 존경한다고 했다. 그는 “김 회장께서는 내가 아들뻘인데도 먼저 연락해 카드업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본다”며 “나도 과연 20년 후에 저 정도로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학구열, 실행능력을 지닌 경영자가 될 수 있을까 자문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 사장은 기존 금융인과는 다른 방법으로 고객과 소통하고 그들이 원하는 점을 파악한다”며 “새로운 트렌드를 빨리 포착하고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성격이어서 같이 있으면 즐겁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회사 경험이 전무한 이강태 사장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정 사장이 많은 영감을 줬다”며 “사석에서 늘 정 사장을 ‘금융계의 이단아’라고 부르는데 한국 금융계에 더 많은 이단아가 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공식석상에서도 종종 ‘금융계에서 디자인경영의 개념과 본질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최고경영자(CEO)가 정 사장’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 경영자로서 공통분모는 많아


경영자로서 두 사람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후발주자를 선두권으로 끌어올렸다. 한일은행 출신인 김 회장은 1971년 한국투자금융을 설립해 투금업계 선두 기업으로 키운 뒤 20년 만인 1991년 하나은행을 창립하면서 은행업에 진출한다. 이후 충청은행(1998년) 보람은행(1999년) 서울은행(2002년)을 잇따라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이번 외환은행 인수를 마무리하면 하나금융지주는 명실상부한 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의 일원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정 사장도 이에 못지않다. 그가 카드대란이 한창이던 2003년 10월 현대카드 사장으로 취임했을 때 현대카드는 시장점유율 1.8%에 적자 규모만 8000억 원(현대캐피탈 포함)에 이르던 최악의 상황이었다. 정 사장은 카드에 A부터 Z까지 알파벳 이름을 붙이는 독특한 마케팅과 세계적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디자인 등을 선보이며 올해 3분기 기준 시장점유율 16%, 올 들어 9월까지 누적 순이익 7000억 원(현대캐피탈 포함)의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이들은 해당 업계 최장수 CEO로 남아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김 회장은 1997년 2월부터 15년째, 정 사장도 2003년부터 9년째 CEO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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