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민 SK텔레콤 사장 “하이닉스 인수는 ‘종합 IT업체 변신’ 첫 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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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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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세계이통이사회 참석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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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삼성전자에 이어 ‘작지만 강한 2위’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16일 아침 홍콩 포시즌호텔에서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GSMA) 이사회에 참석한 SK텔레콤 하성민 사장(사진)을 만났다. 그는 이 행사 참석 직전인 14일 한국에서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끝내고 마지막 비행기로 홍콩 출장길에 올랐다.

이날 하 사장은 하이닉스 인수와 관련해 색다른 해설을 들려줬다. SK텔레콤이 하이닉스를 인수하겠다고 나서자 많은 이들이 모바일 기기의 기억장치로 쓰이는 ‘메모리반도체’를 만드는 하이닉스는 SK텔레콤과 사업 영역이 너무 달라 시너지가 없을 거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하 사장은 “정보통신기술(ICT)의 관점에서 보면 가운데에 (전자기기) 제조업체가 빠져 있기는 하지만 반도체와 통신 서비스를 갖게 되면 ICT 전체를 아우르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 SK텔레콤 기업 성격 바꾸는 일

‘삼성전자에 이은 2위’가 되겠다는 목표가 반도체 업종에서 2위를 뜻하는 것인지 다시 물었다. 하 사장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을 앞으로 단순한 통신사가 아닌 본격적인 종합 정보기술(IT) 업체로 만들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면 전자기기도 직접 만들겠느냐고 물었다. 하 사장은 즉답을 피하고는 “장기적인 목표가 필요하다”며 “우선 4, 5년 뒤 비메모리 분야에 뛰어들 것인데 이는 다양한 전자기기에 쓰이는 센서(감지장치) 같은 분야까지 진출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번 하이닉스 인수가 단순히 반도체업체를 하나 인수하는 차원이 아니라 SK텔레콤이라는 기업의 성격을 바꾸는 행보임을 뜻한다. SK텔레콤이 앞으로 삼성전자처럼 반도체와 통신, 인터넷, 전자기기 제조 등을 모두 하는 종합 IT 업체로 변한다는 뜻이다.

하 사장은 인터뷰를 마친 뒤 “내가 혼자 구상한 게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많은 사람이 그려온 생각”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이익 대신 협력으로 평가받겠다

하이닉스 인수는 SK그룹 차원의 장기적인 전략에 해당한다. 하 사장은 이에 더해 최근 SK플래닛을 분사하면서 변화한 SK텔레콤의 내부적인 단기 목표도 설명했다.

그는 “이달 초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을 만났는데 ‘플랫폼을 떼어냈으니 우리와 협력하기 더 쉽겠다’고 했다”며 “그 기대에 맞게 SK텔레콤은 앞으로 ‘네이트’만 쓰지 않고 ‘네이버’, ‘다음’, ‘구글’도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트는 SK플래닛의 인터넷 포털이고 나머지는 전혀 관계없는 외부 회사다. 하 사장은 “서진우 SK플래닛 사장도 이런 뜻에 동의하고 각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홀로서기를 위해 그는 최근 해외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느라 정신이 없다. 슈밋 회장은 물론이고 지난달에는 미국에서 애플의 팀 쿡 CEO와도 만났다. 그는 “애플은 아직 아이폰4S에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을 넣지 않았지만 쿡 CEO가 NFC 사업에 대해 자세히 물어와 적극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구글과는 일종의 스마트폰용 홈오토메이션(가전 자동화)인 ‘안드로이드@홈’에도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또 중국과 일본 통신사 CEO들에겐 “한중일 공동으로 사용하는 NFC 규격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하 사장은 “앞으로 단순히 연간 이익을 얼마 냈는지로 성과를 평가받는 CEO가 되기보다는 SK텔레콤이 우리의 파트너에게 얼마나 큰 가치를 줬느냐로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홍콩=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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