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국채 7.25%까지 급등한 날 한국 채권시장은… “한국 국채는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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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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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연중 최저’ 육박

이탈리아 국채금리 급등은 자국의 높은 정부부채(1조9000억 유로·국내총생산 대비 120%)와 연말에 몰린 국채 만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사퇴에 따른 정치적 혼란이 합쳐진 불안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며 우리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전 세계 자산의 벤치마크 지수로 활용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9일 1.96%까지 내렸다.

하지만 ‘시장 불안→주가 하락→채권금리 하락’이라는 사이클은 언제나 유효한 것은 아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던 2008년 7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6.17%까지 올랐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미국 금융사가 쓰러질 정도의 큰 충격에는 국채조차 안전자산이 될 수 없다는 극도의 불안감이 작용했다. 특히 한국은 2008년 9월에 외환보유액이 2397억 달러에 그쳤고 단기외채 비중이 51.9%나 된다는 이유로 한국 국채에 대한 불안감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시장 불안→외국인 자금 이탈→채권금리 상승→불안 증폭’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이 대두됐을 때 채권시장에 외국인 자금이탈 우려가 잠깐 불거지긴 했지만 한국의 외화유동성이 건전하다는 것이 판명되면서 채권시장이 냉정을 되찾았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외국인의 채권 순투자액은 11조3486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 순투자액(16조 9098억 원)의 67.1% 수준을 보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로 유럽계 자금이 빠져나간 것을 감안하면 대단히 안정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당분간은 한국 국채가 안전자산으로 인식돼 유럽 위기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최근 우리 국고채 금리는 이탈리아 등 유럽 위기국가보다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국채금리와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졌다. 임형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와 연기금은 올 들어 국고채 금리가 0.1%포인트만 올라도 채권값이 싸다며 곧바로 사 들일 정도로 수요가 견조하다”며 “우리나라의 경제수준이 그만큼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한국 국채를 일부 만기상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그 정도로는 우리 시장이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퍼져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국고채로 돈이 몰리는 것은 결코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정부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어 국채를 발행하기 쉬워질 수는 있지만 결국 시장의 돈이 그만큼 갈 곳을 잃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데도 기업의 투자수요가 없다 보니 대안이 없어 시중 자금이 국채로 몰리는 미국, 일본이 대표적 사례다. 경기하락에 따른 위험 회피 심리로 금융시장 전체가 움츠러드는 효과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국채 금리 하락은 결국 동전의 양면인 셈이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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