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두배, 사회공헌은 반토막… 누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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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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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사회적 책임 소홀… “도 넘은 탐욕” 비난 자초

올해 국내 은행들은 20조 원 규모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이익의 일부를 환원하는 사회공헌 금액은 거꾸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을 통한 이자장사로 큰 이익을 내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한 결과, ‘금융권의 탐욕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난 여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규모인 10조 원의 순이익을 낸 은행들이 같은 기간 사회공헌으로 지출한 금액은 2569억 원에 그쳤다. 올 상반기 순이익만으로 작년 한 해 전체 순이익 규모(9조4000억 원)를 훨씬 추월했는데도, 사회공헌금액은 지난해 지원금액(5923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은행들의 순이익 대비 사회공헌금액 비율은 △2009년 7.52% △2010년 6.30% △2011년 상반기 2.56%로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은행들의 인색한 사회공헌 지출에 대한 비난여론이 확산되자 은행권은 정부의 압력에 못 이겨 마지못해 사회공헌 지출을 늘리기로 한 상태다.

이달 6일 이명박 대통령과 금융지주 회장들의 회동이 열린 지 나흘 만인 10일 은행장들은 오찬을 겸해 열린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고, 전국은행연합회는 “최근 대내외 경제 불안을 감안해 소외계층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올해 사회공헌금액을 당초 계획된 6600억 원에서 6800억 원으로 200억 원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부문의 ‘리셰스 오블리주(Richesse Oblige·가진 자의 사회적 책임)’를 강조하며 은행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정부의 압력으로 올해 사회공헌 지출을 6800억 원으로 소폭 늘리기로 했지만 순이익 대비 비중은 예년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올해 20조 원의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감안하면 순이익 대비 비중은 3.4%에 그친다. 은행들의 사회공헌 지출을 뜯어보면 미소금융 출연금, 스포츠단 운영 등 사회공헌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지출이 많이 포함돼 있어 ‘실적 부풀리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은 4일 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1조457억 원의 순이익을 낸 산은이 작년 사회공헌활동으로 총 234억 원을 썼다고 했는데, 이 중 미소금융 출연금 182억 원을 제외한 순수 사회공헌금액은 52억 원(순이익의 0.5%)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은행이 올 상반기 문화·스포츠·예술 분야에 지원한 17억 원에는 축구단과 여자 프로농구단 운영비 수억 원이 포함돼 있다. 한편 은행들은 최근 저금리 대출을 소개해주는 사회적 기업인 ‘한국이지론’의 자본금 확충을 위해 은행당 3억 원씩 내달라는 금융감독원의 요청에 난색을 표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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