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엔 빌딩 통유리 전체가 LED조명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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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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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새기술 세계 첫 개발… ‘네이처 포토닉스’ 게재
유리판에 티타늄막 얇게 깔아… 기판 400배 크게 만들어

앞으로 10년 후에는 대형 빌딩의 거대한 유리창 자체가 환하게 빛나는 조명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파트도 집집마다 베란다 유리창을 통해 자기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해주는 새로운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을 개발해 세계적 권위의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포토닉스’ 인터넷판에 게재했다고 10일 밝혔다. 유리판 위에 LED를 만드는 개념을 세계 최초로 제시하고, 실험으로 검증한 것이다.

유리창이 어떻게 조명판이 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유리 위에 화학물질을 층층이 쌓아 LED를 만들면 된다. LED는 기판에 질화갈륨(GaN) 등 화학물질을 심고 전류를 흘려 빛을 내는 구조로 돼 있다. 지금까지 기판의 재료로는 사파이어 등을 써 왔다.

값싼 유리를 기판으로 쓰는 것은 지금까지 과학계에서 ‘불가능한 일’로 여겨져 왔다. 유리는 원자 배열이 불규칙한 ‘비포장도로’와 같기 때문이다.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에 가지런히 벽돌을 쌓아 집을 짓는다면? 균형이 안 맞아 쉽게 무너질 것이다.

LED를 만드는 주요 물질인 질화갈륨은 반드시 반듯하게 층층이 배열돼야 하는데 유리 기판에 쌓는 것은 몹시 어려웠다. LED 업체들이 비싸고 크게 만들 수도 없는 사파이어 판을 이용해 LED를 만들어 온 것은 그 때문이다. 사파이어 기판은 평평한 ‘포장도로’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원들은 어떻게 하면 유리를 ‘포장도로’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최준희 전문연구원은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유리를 평평하게 해주는 얇은 막을 깔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연구원들은 유리판 위에 ‘티타늄’으로 된 얇은 막을 씌웠다. 비포장도로에 아스팔트를 깔아 평평하게 만든 것이다. 이 위에 ‘벽돌’ 격인 화학물질을 쌓으면 반듯하게 제자리를 잡아 전류도 흐를 수 있고, 빛을 낼 수도 있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새 공법을 활용하면 기존 2인치 기준 사파이어 기판을 사용할 때에 비해 최대 400배가 크고, 상용화가 임박한 실리콘 기판보다는 100배 큰 LED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최근 나온 유리기판은 크기가 가로 세로 각각 약 3m에 육박한다.

최 전문연구원은 “사파이어 기판은 상용화까지 약 25년이 걸렸고, 1990년대 초 개발된 실리콘 기판은 이제야 양산이 임박한 상황”이라며 “새로 개발한 유리기판을 상용화하려면 1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리기판을 이용하면 값이 싸고 크기도 큰 LED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업계 판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가까운 시일에 유리기판 LED 상용화를 해낸다면 일본이 주도해 왔던 LED의 핵심 연구기술이 한국 주도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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