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국정감사]두살배기가 건보료 낸다?… 알고보니 부모 세금 회피용

  • Array
  • 입력 2011년 9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 미성년자 건보가입 실태

올해 두 살배기인 A 군은 서울 마포구에 있는 빌딩의 공동 대표 4명 중 한 명이다. 갓 걸음마를 하는 아이지만 매달 170만 원(지난해 12월 기준)을 버는 ‘직장인’이다. A 군은 한 살 때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했고, 매달 4만5300원의 건강보험료를 낸다. A 군은 최연소 직장가입자로 기록됐다. 나머지 공동대표 3명은 A군의 4세, 7세, 9세 된 형제들. 그 아이들도 월 4만5300원씩 건보료를 낸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주승용 의원(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A 군 형제처럼 건강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내고 있는 부유층의 미성년 자녀는 2010년 기준으로 5만7245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임대사업자가 가장 많았다. 가령 5세인 B 군은 2세 때부터 건보료를 내기 시작했다. B 군은 서울 중구에 있는 빌딩을 공동으로 소유한 임대사업자. 2008년 매달 366만 원을 벌었고, 그에 따른 건보료 9만3000원을 냈다. 임대소득이 줄어든 지난해에는 5만4000원의 건보료를 냈다.

지역건강보험에 가입한 미성년자도 같은 기간 13만1021명을 기록했다. 이 중 5.6%인 7294명 정도가 고액 재산가의 자녀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C 군이 여기에 속한다. C 군은 지난해 매달 149만9000원의 건보료를 냈다. 통상 25억 원 이상의 주택 또는 토지를 가졌거나 월 5000만 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부유한 가정의 가구주여야 내는 액수다. C 군은 가장 많은 건보료를 내는 미성년자로 기록됐다.

갓난아이를 따로 직장건강보험에 가입시킨다 해서 건보료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여러 명이 건보료를 내기 때문에 소득 상한액(직장가입자 기준 월 7810만 원)에 해당하는 보험료(220만 원)를 초과할 때가 더 많다. 그런데도 갓난아이를 ‘취직’시키는 데는 부모의 사업소득이나 임대소득을 줄여 종합소득세를 낮추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고액 세금 납부자로 분류돼 집중 감시를 받는 것도 피할 수 있다. 부모의 세금을 줄이거나 소득을 감추는 데 악용되는 것.

편법 증여의 방편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주 의원은 “미성년 자식들을 공동 대표로 등록시킨 뒤 회사 지분을 나눠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에게 일부라도 재산을 미리 주면 빌딩 가격이 오르거나 회사 지분의 가치가 상승한 후 물려줄 때보다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

특히 지역건강보험의 경우 부모가 소득을 은폐하기 위해 아이를 ‘대표’로 등재했을 확률이 높다. 주로 고액 아르바이트, 유흥업소, 각종 불법 거래를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 자녀를 가구주로 등록시켜 자녀 명의 주택에 대해서만 건보료가 부과되도록 하고 가구원인 부모는 감시 대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한편 미성년 지역가입자 중 94.4%인 12만3727명은 소득이 가장 낮은 등급에 속하는 저소득층이다. 대부분 2009년 4월 의료급여 혜택을 받던 18세 미만 차상위계층이 건강보험으로 편입되면서 가입자가 된 것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