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車車 별난 팀]한국GM 컬러&트림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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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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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 스파크로 ‘불꽃’

한국GM 컬러&트림팀 안은령 부장(앞줄 오른쪽)과 팀원들이 6일 인천 부평구 한국GM 본사 사무실에서 색상 패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GM 제공
한국GM 컬러&트림팀 안은령 부장(앞줄 오른쪽)과 팀원들이 6일 인천 부평구 한국GM 본사 사무실에서 색상 패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GM 제공
《 6일 인천 부평구 한국GM 디자인센터에 위치한 컬러&트림팀 사무실. 길게 늘어선 테이블 위엔 자동차 부품뿐만 아니라 자동차와는 관계없는 휴대전화, TV 리모컨 등 다양한 제품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이 제품들의 용도는 컬러&트림팀 디자이너들이 자동차에 적용할 색상과 재질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것. 안은령 컬러&트림팀 부장은 “금속이나 나무, 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를 통해 자동차 부품에 사용할 색상과 소재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
컬러&트림팀은 자동차에 옷을 입히고 화장을 하는 역할을 한다. 차량 외부 색상뿐만 아니라 내부의 장식 소재 디자인 등 소비자가 보고 만지는 모든 부분의 질감과 색, 패턴 등을 디자인한다.

○ 국내 최초의 ‘핑크색 차’ 대성공

국내 자동차들은 은색, 흰색, 검은색 등이 주류를 이룬다. 유채색을 입힌 자동차는 성공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국GM 컬러&트림팀은 6, 7년 전부터 기존 발상을 뒤엎는 ‘핑크색 자동차’에 도전했다.

처음 시도했을 때 ‘핑크색 차가 팔리겠냐’는 고정관념을 넘어서지 못했다. 핑크색의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어두운 계열의 핑크색을 선택해 품평에 나섰지만 ‘누가 사겠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당시엔 핑크색 차를 접어야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도 변했다. 색에 대한 관념이 변해 소비자들이 차를 고르면서 감성에 맞는 색을 선택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한국GM이 여성 고객을 위한 마케팅을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호재였다. 컬러&트림팀은 여자를 대표할 수 있는 이미지로 핑크색 자동차 ‘스파크’에 다시 도전했다.

재도전인 만큼 조심해야 할 요소가 많았다. 과하지 않아야 하고, 대중에 대한 접근성을 갖추기 위해 차분해야 하고, 심리적으로도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는 핑크색을 만들어야 했다. 소녀 이미지는 피하고, 도시적으로 세련된 핑크색을 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핑크색에 ‘모나코 핑크’라는 이름을 붙였다. 모나코의 왕비처럼 안정감 있고 우아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분위기도 전과는 달랐다. 핑크색 차는 국내에선 전례가 없었지만 ‘시도해볼 만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었고, 지난해 7월 국내 첫 핑크색 차량이 출시됐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시 첫 달 핑크색 차량이 가장 많이 계약됐고, 올 상반기 9가지 색상의 스파크 중 모나코 핑크가 23.5%로 2위를 차지하는 등 크게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안 부장은 “여러 고비를 넘겨 생산했고, 주문량으로 나타나는 고객의 반응이 좋아 보람을 느낀다”며 “차량의 색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모든 조건 다 맞아야

컬러&트림팀이 제안하는 모든 색상이 실제 차량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구성, 비용, 기술 등 모든 조건이 맞아야 원하는 색상의 부품을 만들 수 있다.

가장 어려운 숙제는 부품에 원하는 색상과 질감을 내면서도 자동차 부품으로서 내구성을 갖추는 것. 휴대전화 등은 2, 3년만 버텨주면 되지만 자동차 부품은 진동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10년 이상 견뎌야 하기 때문에 훨씬 튼튼해야 한다. 또 강한 햇빛에 장시간 노출돼도 변색이나 뒤틀림 등이 없어야 하고, 시트는 오염에도 강해야 한다.

부품에 원하는 색을 입힌 뒤 내구성, 내오염성 등 다양한 테스트를 거치는데 이를 통과하지 못하는 부품이 적지 않다. 안 부장은 “우리 팀의 가장 큰 적은 내구성”이라며 “새로운 색상을 적용하고 싶어도 내구성 때문에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디자이너가 원하는 색깔을 양산되는 부품에선 구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실험실에서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양산 부품으론 원하는 색상을 정확하게 만들지 못하거나 불량률이 높으면 포기해야 한다. 이 팀의 김기수 차장은 “감성적 요소부터 시작해 엔지니어적 요소, 가격, 생산성, 품질 등 모든 여건이 허락해야 생산이 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만들고 싶지만 차에 적용하지 못하는 색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컬러&트림팀은 어렵게 만들어낸 색상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보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안 부장은 “우리가 여러 고비를 넘겨가며 시도한 색상을 고객들이 선택해줄 때 가장 즐겁고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천=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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