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법인세 추가감세 철회]정부, 부자감세 비난 - 재정건전성 요구에 ‘백기’

  • Array
  • 입력 2011년 9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 감세논란 3년 만에 마침표

2008년 9월 1일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득세와 법인세 감세(減稅) 정책을 담은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감세는) 제도적 측면에서 MB노믹스를 내딛는 사실상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로 투자와 소비를 진작해 7%대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야심 찬 공약은 반쪽 시행에 머물다 3년 만에 ‘없던 일’이 돼 버렸다. ‘부자 감세’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여야 모두의 거부감을 산 게 결정타였다.

○ 시작부터 오락가락한 감세 정책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감세 정책은 현 정부 출범 6개월 뒤 ‘모든 구간 세율 2%포인트 일률 인하’란 모습으로 구체화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섬세하지 못한 접근이라는 비판도 많았다. 일괄적으로 세율을 낮추면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감세 정책은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초 2009, 2010년 매년 1%포인트씩 인하하겠다는 게 정부안이었지만 2008년 12월 국회는 연소득 8800만 원 초과 최고 구간에 대해 2010년 한꺼번에 세율을 내리는 것으로 미뤘다. 국회는 막상 2010년이 되자 세율 인하를 2012년으로 또다시 연기했다.

감세 정책 입안자인 강 전 장관이 물러나고 2009년부터 ‘친서민’ ‘공정사회’란 말이 화두가 되면서부터 감세는 애물단지 취급마저 받았다. 2009년 6월 윤증현 당시 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소득·법인세 감세를 올해는 놔두고 내년 시행은 유보해야 한다’는 질의에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밝히며 정부 입장 변화를 예고했다. 박재완 장관도 “감세 정책의 우선순위를 매긴다면 법인세가 1순위고 소득세는 그 다음”이라며 감세 철회를 사실상 수용했다.

경제 여건도 감세 정책을 펴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선진국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정책 초점은 건전재정으로 바뀌었다. 이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2013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세수 확보는 더욱 절실해졌다. 정부는 감세 철회로 2013년까지 총 2조8000억 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 재계 “감세 철회는 국제추세 역행”


정부는 감세 철회로 정책의 일관성을 잃어버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과도 사전 조율 없이 무리하게 밀어붙였다가 실현도 못하고 정책 신뢰도 잃은 나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홍기택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감세처럼 기업과 개인에게 중차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제정책은 시행 전 정치권과의 충분한 협의 및 사회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며 “이를 실행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정부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경제단체와 대기업들도 일제히 반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법인세 구간을 3단계 이상으로 나누는 곳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과 벨기에뿐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많다”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법인세율 인하라는 국제적 추세에 역행하면 국제 경쟁력 강화와 외국자본 유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기업의 투자 여력을 줄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