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삼성… 순이익 첫 역전, 상반기 실적 희비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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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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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출범한 지 11년 만에 순이익 규모에서 처음으로 삼성그룹을 추월했다.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 등 어느 한 지표에서 현대차가 삼성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 등에 따르면 현대차 계열 7개 상장사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9조1679억 원으로 삼성 계열 11개 상장사의 순이익 8조1036억 원보다 1조643억 원이 많았다. 현대차 계열의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6조4357억 원보다 42.5%(2조7322억 원)나 급증했다. 이에 반해 올해 삼성그룹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10조2066억 원보다 20.6%(2조1030억 원) 감소했다. 현대차 계열의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삼성보다 3조7709억 원이나 적었으나 올 상반기는 1조 원 넘게 많았다.

두 그룹 간 순이익 역전은 동일본 대지진의 반사효과를 누린 현대·기아차의 약진과 삼성의 주력인 정보기술(IT) 산업의 세계적 부진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차그룹은 신흥시장에서 추가 성장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그룹이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순이익 부문에서 당분간 1위를 되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 IT는 부진, 자동차는 질주

2000년 출범한 현대차그룹의 순이익이 11년 만에 삼성을 넘어선 것은 삼성의 주력인 IT산업 부진의 영향이 컸다. 올 들어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침체 탓에 IT 제품 수출 여건이 악화된 데다 관련 업계 경쟁은 되레 가열돼 판매 단가가 급락했다. 상반기 반도체 수출 단가는 36.3% 떨어졌고 휴대전화와 액정표시장치(LCD) 등에서도 수익구조가 악화돼 삼성 계열사의 순이익 감소를 불러왔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신차를 잇달아 선보이면서 ‘대당 평균 판매가(ASP)’를 크게 끌어올렸다. 1분기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ASP가 19.8% 상승한 데 이어 5월에는 사상 처음 미국 자동차시장 점유율이 10%를 넘어서기도 했다. 경쟁 상대인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대지진으로 고전한 영향도 적지 않았다.

두 그룹 간 엇갈린 희비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도 나타났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는 여전히 삼성이 현대차를 앞섰지만 격차는 크게 줄었다. 올 상반기 삼성의 매출액은 109조898억 원으로 현대차(93조1501억 원)보다 15조9397억 원 많았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 격차(25조9917억 원)를 38.5%나 줄인 것. 영업이익 부문에서도 삼성은 영업이익이 24.3% 감소한 반면 현대차는 31.4% 증가하면서 두 그룹 간 격차가 2189억 원으로 좁혀졌다.

주가는 실적에 따라 움직였다. 현대차 주가는 올 1월 3일 17만7000원에서 2일 현재 20만 원으로 상승했지만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95만8000원에서 76만9000원으로 추락했다.

○ “역전 현상 당분간 지속될 듯”

전문가들은 순이익 면에서 현대차그룹이 삼성그룹을 능가하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IT시장은 계속 가라앉아 있는 반면 자동차 수요는 러시아와 브라질 등 신흥시장 중심으로 계속 커지고 있는 추세에 따른 분석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경기를 고려하면 내년 3분기까지는 IT산업의 어려움이 지속돼 삼성의 순이익이 크게 늘어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8월 한 달에만 대우, 미래에셋, 신영, 하이투자증권 등 10여 곳이 100만∼135만 원이던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낮게는) 92만∼93만 원으로 낮췄다.

삼성그룹이 순이익 1위 자리를 되찾으려면 IT업황의 회복뿐 아니라 업종 내부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애플이나 구글의 좋은 실적은 삼성이 업황만을 탓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삼성전자가 보유 중인 20조 원 가까운 자금으로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구조를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재계 순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상반기 현대차그룹과 비슷한 규모의 순이익을 내며 삼성, 현대차에 이어 3위를 차지했던 LG그룹은 올 상반기 6위로 밀렸다. 올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 상반기의 6조920억 원보다 61.4%나 급감한 2조3519억 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반면 SK그룹의 상반기 순이익은 5조1075억 원으로 지난해(3조6490억 원)보다 40.0% 늘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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