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CD, 日연합군과 한판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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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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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정표시장치(LCD) 산업이 중소형 위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대형 LCD 패널이 TV 수요 부진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중소형 패널에 디스플레이 업계가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정부가 앞장서서 중소형 LCD에 투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부진한 대형 LCD 부문에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한국과 대만 업체에 밀린 일본 디스플레이 패널 회사들이 손잡고 반격에 나서기로 했다. 도시바와 히타치, 소니 등 일본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3개 회사는 주로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중소형 디스플레이 패널회사를 함께 만들기로 했다고 31일 공식 발표했다.

이들 회사가 새롭게 만드는 ‘저팬 디스플레이’의 특징은 사실상 정부 주도라는 점이다. 2009년 차세대 비즈니스를 지원하기 위해 민관이 함께 만든 펀드인 ‘산업혁신기구’가 2000억 엔을 출자해 지분 70%를 차지하는 최대 주주로서 주요 결정권을 갖게 된다. 나머지 3사는 각각 10%를 맡는다.

저팬 디스플레이의 출현으로 1분기(1∼3월) 기준 16.0%의 점유율로 1위를 달리던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는 사실상 2위로 밀려날 것으로 전망된다. 저팬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수요 증가로 대규모 공장 설립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6월 말부터 본격적인 교섭을 벌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애플이 일본 샤프로 디스플레이 부품 공급처를 다변화하려고 하는 등 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며 “일본이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 주도로 자국 디스플레이 산업을 부흥하려고 하는 의도”라고 말했다.

일본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도시바와 히타치, 소니가 손잡는 데 대해 “지금과 같은 엔화 강세 상황에서는 개별 기업들이 다른 나라 기업들과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같은 (합병) 움직임이 불가피하다”고 풀이했다.

이에 앞서 올해 6월에는 도시바와 후지쓰가 모바일폰 사업 분야를 합병해 일본 내 두 번째로 큰 휴대전화 업체를 만들겠다고 밝혔고, 올 초에는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공업이 합병해 2012년까지 세계 2위의 철강회사로 변신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LCD 사업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7월 1일 LCD 사업부장인 장원기 사장을 전격 경질한 지 2개월 만이다. 삼성전자는 1일자로 LCD 사업부 조직개편을 단행해 대(大)팀제를 도입하고 기능별 전문성을 강화했다고 3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소규모 그룹 조직이 팀으로 통합돼 10여 명의 임원이 연말까지 안식년 또는 비상근으로 전환됐다. 이들의 거취는 연말 임원 인사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LCD 사업부의 경쟁력 강화와 조직 안정을 위한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7월 1일에는 연말 인사라는 전통을 깨고 이례적으로 사업 부진을 이유로 회기 도중 LCD 사업부에 대한 인사를 단행해 반도체와 LCD를 총괄하는 디바이스 솔루션 사업부를 만들고 권오현 사장을 총괄 사장에 임명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달 20일 LCD 사업부 부사장급 임원을 모두 교체해 제조센터장에 메모리사업부 출신의 박동건 부사장, 개발실장에 시스템 LSI사업부를 담당해 온 이윤태 전무를 각각 임명했다.

이번에 조직 개편이 마무리되면서 삼성전자 LCD 사업부는 사장과 부사장, 담당 임원이 일괄 교체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사업 부진이 계속되는 TV 패널 등 일부 LCD 제품에 대해서는 감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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