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채용 봄바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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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 국내 은행들 “앞으로 3년간 2만2565명 뽑을 계획”
실적호조 지속이 관건… 고졸 2722명 채용 졸속 우려도

유럽의 재정위기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유럽계 금융회사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감원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지만 국내 금융계에는 고용 훈풍이 불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2분기에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낸 가운데 고졸 채용이 금융권 화두로 등장하면서 글로벌 금융업계의 감원 칼바람과는 대조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고졸 채용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상당수 금융회사들이 인력 운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일회성 채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8개 국내 은행은 앞으로 3년간 매년 7000명 이상, 총 2만2565명의 신규 채용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이 중 12.1%에 해당하는 2722명이 고졸자들로 충원된다. 여신금융협회도 향후 3년간 고졸자 1500명을 새로 뽑아 현재 18.8% 수준인 고졸 채용 비율을 23%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보험업계 역시 17.8% 수준인 고졸 채용비율을 2013년까지 24.5%로 늘릴 방침이다.

은행권에 채용 훈풍이 부는 가장 큰 이유는 실적 호조다. 4대 금융지주회사를 포함한 주요 은행들은 올 상반기에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뒀다. 신한지주는 상반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증가한 1조8891억 원의 순이익을, KB금융은 2008년 지주회사 출범 후 가장 많은 1조5749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실적 호전에 자신감을 얻은 주요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하면서 신규 인력의 필요성이 증가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의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에 이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이러한 실적 호조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한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주요 은행들의 2분기 실적 호조에는 현대건설 매각 이익이라는 일회성 요인이 반영됐고, 하반기에는 여신 성장률도 상반기보다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고졸 채용의 부작용도 예상된다. 금융회사들의 고졸 채용계획 발표는 금융위원회가 7월 각 금융 관련 협회에 고졸 채용을 늘리라는 권고를 내리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향후 3년간의 채용 방침을 10여 일 만에 만들었기 때문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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