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약체질 美 휘청대자 글로벌증시 여름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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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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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기지표 암울 실업률 급등… 세계경제 회복에 걸림돌
각국 증권시장 일제히 급락


완만하게 회복되는 줄 알았던 미국 경제가 예상과는 다르게 다시 침체 국면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지면서 글로벌 증시도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미국이 국가부도 위기를 넘기면서 전날 ‘안도랠리’를 펼쳤던 한국 등 아시아 증시는 2일 미국의 2분기 성장률에 이어 공급관리자협회(ISM)의 7월 제조업지수마저 부진한 성적을 발표하자 일제히 1∼2%대의 하락세로 돌아섰다.

○ 미국 경기둔화 심화

미국 경기둔화 신호는 이미 1분기부터 나오고 있었다.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시장 전망치인 1.9%에 턱없이 못 미치는 0.4%에 그친 데 이어 2분기에도 1.3%에 그쳐 시장 기대치인 1.8%를 훨씬 밑돌았다. 여기에 1일 발표된 ISM의 7월 제조업지수는 50.9로 나와 2009년 7월 이후 가장 낮았다. 3월 8.8%까지 줄었던 실업률이 6월에 다시 9.2%로 높아지는 등 고용회복세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소비 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소비 진작을 위해선 정부의 재정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양당 간에 합의한 부채협상에 따라 미국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재정지출을 2조5000억 달러 줄여야 한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미국 성장률은 연초에 3% 정도로 예상됐지만 2%도 달성하기 힘들 것 같다”며 “재고물량 증가나 일본 대지진처럼 예측할 수 없는 요소가 언제든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데다 인플레이션이 길목을 막고 있어 글로벌 경제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경제가 3분기에도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이 때문에 일제히 미국의 하반기 경제성장 전망치를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3분기 성장률을 3.3%에서 2.5%로, JP모건은 3%에서 2.5%로 조정했다.

이 여파로 글로벌 증시는 크게 출렁였다. 2일 한국 코스피가 51.04포인트(2.35%) 급락한 2,121.27로 마감한 것을 비롯해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1.21%, 대만 자취안지수가 1.34%,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0.91% 등으로 동반 하락했다. 유럽에서도 2일 독일, 프랑스 증시가 하락세로 출발했다.

○ “더블딥까지 가지는 않을 것”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좋지 않다는 점에는 일치된 의견을 보이지만 그 폭에 대해선 의견이 나뉘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돈을 풀 만큼 푼 상황에서 3차 양적완화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선을 앞둔 미국 의회에서 경제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하면 경기회복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반면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상황에서 경기침체로 이어진다면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니라 정부의 신뢰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그 골이 아주 깊을 것”이라며 “미국이 군비를 축소하는 식의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소비부양에 타격을 주지 않는 재정지출 축소방안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든 한국 증시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경기가 불안해질수록 안전자산 선호경향이 높아져 외국인투자가가 이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일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3600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은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소비 회복으로 연결되지 않아 경기가 나쁘고, 한국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기업의 실적이 예상보다 나쁜 상태”라며 “미국 경기가 계속 위축되면 한국 기업의 실적도 지지부진해질 개연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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