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수익률 뚝… 뚝… 이름값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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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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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김모 씨(52)는 올해 초 5000만 원을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통해 재간접 헤지펀드에 넣었다. 헤지펀드는 증시가 조정을 받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정 이후 수익률은 ―4% 안팎. 김 씨는 “PB에선 단기 수익률일 뿐이라고 해명하지만 기대에 훨씬 못 미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국내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헤지펀드 투자가 인기를 모았지만 수익률은 신통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에서 운용 가능한 헤지펀드는 해외 유명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펀드 오브 헤지펀드) 형태이며 주로 사모펀드로 운용되고 있다.

○ ‘절대수익 추구’에 민망한 수익률


재간접 헤지펀드 시장은 올해 들어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24개에 불과했던 재간접 헤지펀드는 올해 6월 말 현재 129개로 늘었다. 설정액도 같은 기간 3016억 원에서 7197억 원으로 불어났다. 재간접 헤지펀드가 활성화된 것은 본격적인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을 앞두고 자산운용업계에서 관련 상품 출시에 박차를 가했기 때문이다. 증시가 조정기에 접어들면서 시장이 하락할 때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찾는 자산가들의 요구에도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수익률은 헤지펀드란 명칭이 머쓱한 수준이다. 연초 이후 설정된 10억 원 이상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5일 현재 ―2.45%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5.52%인 것과 대비된다. 개별 펀드 중에선 ‘KDB골디락스사모증권투자신탁’이 ―8%대로 최하위권이었다. 다른 펀드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사모프리미어클래스증권투자신탁’이 ―7%대, ‘동양멀티CTA사모증권투자신탁’과 ‘KTB프리미엄CTA사모증권투자신탁’이 각각 ―4% 안팎이다.

○ 투자전략마다 성과 천차만별


재간접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기대와 달리 부진한 것은 각 펀드가 편입한 해외 헤지펀드 투자전략이 시장 상황과 맞아떨어지지 않았던 탓이다. 현재는 선물 트레이딩을 주로 하는 CTA(Commodity Trading Advisor) 전략이 가장 많이 채택되고 있다. 서정두 한국투신운용 AI본부장은 “이 전략은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추세적으로 움직일 때 유효한데 장이 계속 박스권에 갇혀 있다 보니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8%대까지 수익률이 하락한 펀드들은 인수합병(M&A)이나 신용등급 상승·하락 등 각종 현안을 활용해 투자기회를 포착하는 이벤트 드리븐 전략을 주로 쓰는 ‘폴슨어드밴티지’를 편입한 상품이었다. 이 펀드는 세계 경기 회복을 예상하고 글로벌 금융주, 귀금속주에 대거 투자했다가 계속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간접 헤지펀드의 성과는 이처럼 집중 투자하는 2, 3개 해외펀드에 따라 크게 좌우되므로 편입 펀드가 어떤 전략을 쓰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헤지펀드 역시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숙지하고 포트폴리오 일부로만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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