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건설사 ‘서울 헌인마을의 덫’ 벗어날까

  • Array
  • 입력 2011년 4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금융당국, 정부-지자체에 건축규제 완화 협조요청… 속도가 문제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은 무허가 판잣집과 영세 가구공장 등으로 채워진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원 헌인마을 터를 고급 주거단지로 조성하려는 계획을 추진하다 최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환경이 악화되면서 발목이 잡혔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은 무허가 판잣집과 영세 가구공장 등으로 채워진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원 헌인마을 터를 고급 주거단지로 조성하려는 계획을 추진하다 최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환경이 악화되면서 발목이 잡혔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하도록 만든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개발 사업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구원투수’를 자처하면서 이 프로젝트의 사업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18일 “(헌인마을 사업은) 지자체 규제로 층고를 낮추고 수 십억 원짜리 호화 빌라를 짓다 보니 사업성이 악화된 만큼 주채권 은행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제도적 개선책을 건의하면 정부나 지자체가 검토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본보 19일자 A1·4면 참조
A1면 “건설사 지원해달라” 금융위원장 한마디에…

A4면 8개은행 ‘배드뱅크’ 출자 참여… ‘10조 PF 부실채권…


서울 서초구 내곡동 374 일대 13만2379m² 터에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조성하는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은 당초 최고 7층 높이의 220∼290m²짜리 아파트 285채와 500∼600m² 규모의 고급 단독주택 67채 등 총 352채를 짓는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2008년 8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사업 심의 과정에서 최고 7층, 평균 5층 높이의 공동주택 층고를 3층으로 낮추라고 결정하면서 사업에 ‘빨간 불’이 켜졌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개발계획변경 심의가 통과돼 아파트 대신 3층 이하 빌라와 단독주택으로만 261채를 짓는 것으로 사업이 축소 변경되면서 수익성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도제한 구역은 아니지만 용지 인근이 개발제한구역인 만큼 아파트를 지을 경우 주변 경관을 해칠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 따라 층고를 낮출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규제완화를 통해 일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금융당국의 계획은 지자체와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어려움이 예상된다.

서울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헌인마을 건축규제 완화와 관련해 정해진 방침은 없다”면서 “다시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변경 인가를 검토하게 되더라도 현재 위원회 규정상 동일 프로젝트에 대한 5년 내 안건 재상정 금지 조항이 있어 어떻게 반영될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19일 규제 완화 등 구체적인 낭보를 기대하고 해당 지자체인 서초구청 관련 부서를 찾은 동양건설산업 관계자는 “아직 움직임이 없어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구청이 실시계획인가를 빨리 내려주면 땅값에 대한 감정액이 달라지면서 PF 대출연장 추가 담보 조건이 달라지는 등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삼부토건 고위 관계자도 “규제 완화 조치가 얼마나 빨리 적용되는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건설업계는 규제 완화 조치가 본격 추진되면 PF 사업 규모가 큰 건설사들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정부, 지자체의 협조로 규제 완화 조치가 실제로 시행되면 사업성이 좋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면서도 PF 대출 때문에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는 건설사들을 돕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이건혁 기자 realis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