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밀가루發 가격 인상 ‘도미노’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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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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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과 밀가루 가격의 잇단 인상이 제과, 제빵 등 가공식품 전반으로 도미노처럼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5일 해태제과는 홈런볼, 오예스, 맛동산 등 자사 과자류 24종의 가격을 6일부터 평균 8%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일부 소매점 등에 가격인상 소식을 알리는 공문까지 발송했다.

해태제과의 가격인상 소식은 다른 제과·제빵업체의 가격인상을 예고하는 신호탄 격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이날 “가격인상 요인을 검토하고 있다”며 “설탕, 밀가루 말고도 팜유, 쇼트닝 등 유지류 가격이 지난해보다 100% 이상 뛴 상황이라 가격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오리온 관계자도 “주요 원료 가격이 모두 크게 오른 데다 유류비 등 원료 이외의 원가 부담이 크게 늘어 인상 쪽에 무게를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SPC그룹도 “정부의 물가대책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현재 업계 상황은 원가 압박이 ‘터지기 직전의 풍선’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라면까지 가격인상 이어지나


제과·제빵업계의 가격인상은 제분업체 동아원이 1일 밀가루 가격 8.6% 인상을 발표할 때부터 예고됐다. 동아원에 이어 대한제분, CJ제일제당 등도 “제분업계는 원가구조가 대동소이하다”며 사실상 가격인상 순서를 밟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설탕 가격을 올린 CJ제일제당과 대한제당 등 제당업계는 “현재로선 설탕가격 추가 인상 계획은 없다”면서도 “국제 원당 가격 폭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는 상황”이라며 가격 조정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놓고 있다.

대표적인 서민 먹을거리인 라면은 업계 1위 농심의 가격인상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농심 관계자는 “아직 가격인상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 하지만 밀가루 외에도 건더기 수프나 분말 수프 생산비가 1차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증가하면서 원가 인상 요인이 많다”고 말했다. 오뚜기, 삼양식품, 한국야쿠르트 등 다른 라면 업체들은 농심이 가격인상 카드를 뽑아들면 이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식품업계에 확산되는 ‘정부 묵인설’ 또는 ‘물가 출구전략설’도 가격인상 움직임을 부채질하고 있다. 가공식품업계는 최근 설탕, 밀가루의 가격인상에 대해 정부 측이 공개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한 제과·제빵업체 관계자는 “국제 원재료 값이 폭등한 설탕, 밀가루는 정부가 가격인상의 불가피성을 어느 정도 묵인해 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업계에서 힘을 얻고 있다”며 “이들을 원료로 하는 제과, 제빵 등도 ‘물가 출구전략’ 차원에서 가격인상을 어느 정도 용인해 줄 것이란 기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 대응카드 마땅찮은 정부도 고심


일부 식품업체는 제품의 리뉴얼 출시 같은 우회적인 방식으로 사실상의 가격인상을 단행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GS25는 자사 삼각김밥의 중량을 6g 늘리면서 700원이던 제품 가격을 800원으로 올렸고, 훼미리마트도 제품을 리뉴얼했다며 삼각김밥 가격을 역시 100원 올렸다. 버거킹, 맥도날드 등도 일부 세트메뉴의 가격을 100∼300원 올렸다.

문제는 지금까지보다 향후 식품 물가가 더욱 우려된다는 점이다. 현재 업소용과 도매점 공급분에 반영된 설탕, 밀가루 등의 가격인상분이 소매점 등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동네 분식점, 제과점 등에서 소비자들의 체감 식품 물가는 더욱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 당국도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생 변수로 인한 식품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환율과 하반기 국제 곡물작황에 따라 완화 여지가 있겠지만 식품 가격의 상승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며 “현재는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인 가격상승 국면이라 정부의 개입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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