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쇼크’ 기업들 수도꼭지까지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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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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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그룹 직원들은 요즘 뜻하지 않게 다이어트 효과를 보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6층짜리 사옥의 엘리베이터가 얼마 전부터 1층과 5층에만 서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계속 오르자 대상은 경비를 아끼기 위해 층마다 서던 엘리베이터 운행을 줄이고, 사무실 전화도 값싼 인터넷 전화로 바꿨다.

기업들이 2011년 경영계획을 세울 당시보다 너무 올라버린 기름값에 대응하기 위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기업들은 대개 10월에서 12월 사이에 이듬해 경영계획을 짠다. 유가는 환율과 함께 대기업 경영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다. 경비에서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4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유가와 경영계획을 조사해 29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기업들의 당혹감이 여실히 느껴진다. 조사대상 기업 중 64.1%는 올해 두바이유가 배럴당 80∼90달러일 것으로 전망하고 경영계획을 세웠다. 기업들의 평균 전망치는 87.2달러였다. 그러나 현실은 잔인했다. 조사 기간(2월 25일∼3월 9일)의 평균 유가는 108.6달러로 기업들의 예상보다 24.5%(21.4달러)나 높다. 조사 이후에는 동일본 대지진과 리비아 사태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11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유가 급등에 기업들은 내수, 수출, 채산성의 삼박자가 모두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조사 기업의 68.8%는 당초 예상보다 내수가, 62.5%는 수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계획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은 77.3%나 됐다.

기업들은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 때문에 섣불리 제품 가격을 올릴 수도 없어 고민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비를 줄이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마누라하고 자식 빼고 다 줄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요즘은 법인카드를 쓰거나 회식비를 청구하기도 눈치 보인다”고 말했다. 전경련 조사에서도 유가상승 대책으로 64.5%의 기업이 ‘경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꼽았다. 높아진 기름값을 판매가에 반영해 소비자에게 전가하겠다는 곳은 20.1%에 그쳤다.

기업들의 경비절감 노력은 차량 5부제 운행 같은 고전적인 방법을 뛰어넘어 치밀하게 진화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내년까지 전 물류차량에 공기의 저항을 줄이는 ‘리블릿 코팅’을 하기로 했다. 리블릿 코팅을 하면 연료소비효율이 10%가량 높아지고, 연간 150만 L의 기름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남양유업은 모든 물류차량 운전자에게 유류 사용량과 주행거리 등을 기록하는 ‘차계부’를 작성하도록 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식용유를 만드는 인천2공장에서 전체 에너지의 50%를 폐플라스틱, 폐목재, 폐수를 활용한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6월에 공사가 끝나면 연간 17억 원 정도를 아낄 수 있다. 웅진코웨이는 올 1월 충남 공주의 유구공장 난방시설을 개별방식에서 중앙방식으로 바꿨다. 일정한 온도가 돼야만 냉난방 장치를 돌려 겨울과 여름철 경비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스타벅스는 1월부터 본사와 전국 매장의 컴퓨터에 절전버튼 장치를 설치했다. 기존 스크린세이버는 화면이 안 보일 뿐 실제 소비전력 절감 효과가 없지만 이 버튼을 누르면 모니터와 컴퓨터가 동시에 절전모드로 바뀐다. 매장의 수도꼭지도 모두 절수형으로 교체해 물 사용량을 기존 수도꼭지 대비 50%가량 줄였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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