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마저…” 건설업계 ‘줄도산 쓰나미’ 덮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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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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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브랜드 ‘리가’로 잘 알려진 시공능력평가 47위의 중견건설사 LIG건설이 21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건설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시공능력평가 49위인 동일토건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신청, 지난달 초 워크아웃 중이던 월드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에 이어 발생한 악재이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중견업체들의 ‘줄도산’이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지 주목하고 있다. 》
○ LIG건설 사태의 심각성

LIG건설 사태는 지주회사인 ㈜LIG 측이 3∼5월 돌아오는 15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대출의 규모가 크다며 더 이상의 지원을 포기했다고 알려지면서 일파만파의 충격을 던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부도 난 일반 중소, 중견 건설사들에 비해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건설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한솔그룹이 한솔건설의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지난달 효성그룹이 진흥기업을 법정관리하려고 한 데 이어 LIG건설 사태가 일어나 모기업들의 배후 지원 믿음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그룹 소속 건설사들은 모기업의 자금 지원 가능성 덕분에 구조조정 대상에서 빠지거나 신용등급평가 때 가점을 얻는 등 ‘우대’를 받아왔다. 한 건설 관련 협회 고위 관계자는 “지주회사가 지원을 거부할 정도로 전망이 밝지 않다는 뜻으로 비쳐 앞으로 건설업체들이 대출을 받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LIG건설이 주택사업 축소와 인력 감축 등 경영난에 빠진 건설사에 흔히 요구되는 자구 노력을 했는데도 막다른 골목에 부닥친 점도 업계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LIG건설 관계자는 “2월 말까지 100명 규모의 명예퇴직 희망자를 접수했고 주택사업 비중을 80%에서 지난해 말 60% 수준까지 끌어내렸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와 망연자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LIG건설은 1977년 설립된 ㈜건영을 2006년 LIG그룹 계열사인 TAS컨소시엄이 인수하면서 2009년 현재의 이름으로 재탄생했고 이후 SC한보건설을 인수하면서 약점이었던 토목 분야를 강화하는 등 사업 확대 및 다각화에 주력해 왔다.

○ 작년 종합건설사 폐업 27% 증가


건설업계에서는 LIG건설 법정관리 신청의 근본 원인은 주택경기 침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동준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수도권 각지에서 주택을 지으면서 무리한 PF 사업을 벌여왔다”며 “하지만 주택경기 침체로 착공도 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로 대출 만기 연장과 신규 대출이 어려워진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택사업등록업체는 2008년 6092개, 2009년 5281개, 2010년 4906개 등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김충재 주택건설협회장은 “사업을 벌이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에 빠진 업체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며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의 제도적 지원이 따라주지 않으면 올해 부도 업체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건설협회는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이내 기업 중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중인 건설사는 25개 이상이며 지난해 폐업한 일반종합건설사는 총 306개로 2009년의 241개사보다 26.9%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6월 건설사 신용위험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중견건설사들은 현재 초긴장 상태”라며 “설상가상으로 은행 금리도 올라 업체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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