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 문자 뜨자… 전국 148명 동시에 물가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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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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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물가조사현장 가보니…

“줄자로 재봅시다”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하나로마트에서 통계청 이상범 주무관이 갈치 가격을 조사하며 줄자로 갈치의 길이를 재고 있다. 이 주무관은 “통계청 물가 조사는 크기나 품질 차이가 아닌 순수한 가격 변동만 추적하기 때문에 가장 평균적인 상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줄자로 재봅시다”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하나로마트에서 통계청 이상범 주무관이 갈치 가격을 조사하며 줄자로 갈치의 길이를 재고 있다. 이 주무관은 “통계청 물가 조사는 크기나 품질 차이가 아닌 순수한 가격 변동만 추적하기 때문에 가장 평균적인 상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5일 오전 전국 148명의 현장조사원에게는 ‘장날’(현장 조사날)이라는 메시지가 전달됐다. 이들은 매월 5일과 14일, 23일이 들어있는 주 중 하루를 택해 농축수산물과 석유, 금반지처럼 가격 변동이 심한 품목의 가격을 실제 현장에서 조사한다. 보통 10일 간격으로 조사를 나가는 경우가 많아 ‘10일장’으로도 불린다. 조사 대상처는 전국 37개 주요 도시의 150개 상권 내에 있는 2만2000개 소매점. 도시별 인구와 상권을 고려해 대표성 있는 곳 중에 마트 백화점 슈퍼마켓을 적절히 배분해 놓고 있다.

이 주무관이 맡고 있는 곳은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의 대형마트 슈퍼마켓 백화점 등 총 7곳. 이 주무관이 이날 하루 이곳을 다 도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3시간 정도였다. 현장조사에 나선 시간은 오전 11시에서 오후 3시 사이다. 시간이 너무 이르면 상인들이 ‘개시(開市)’에 공무원이 왔다고 안 좋아하고, 너무 늦으면 신선도가 떨어지는 채소만 남아있거나 가격을 대폭 깎은 ‘떨이 상품’이 많아 가격의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

조사의 성패는 가장 많이 팔리는 ‘평균’ 상품을 얼마나 잘 골라내느냐에 달려 있다. 이 주무관은 ‘무’ 코너에서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인 무를 쓱 한 번 훑어보더니 겉이 매끈한 무 하나를 고르며 “가장 평균인 1.8kg짜리 무”라고 말했다. 실제 저울에 재보니 1.766kg이었다. 이 주무관이 무의 무게(1.766kg)와 가격(1980원)을 개인휴대정보기(PDA)에 입력하니 무 가격이 1kg당 가격으로 환산됐다.

생선은 똑같은 한 마리라도 크기에 따라 가격이 가장 많이 달라지는 품목이어서 ‘평균’ 상품을 골라내기가 가장 까다롭다. 실제로 이날 하나로마트에서 똑같은 생물고등어 한 마리는 크기에 따라 4500원에서 1만5500원까지 차이가 났다. 이 주무관은 이곳에서도 ‘평균’이라는 440g의 고등어, 319g의 갈치를 골랐다.

공산품은 포장을 바꾸면서 가격을 올리거나 가격을 똑같이 하면서 중량을 줄이는 경우가 많아 더 꼼꼼하게 본다. 특히 최근 밀가루 가격이 오르면서 과자류나 라면 중량은 20∼30% 줄어든 경우가 일반적. 이날 이 주무관의 눈에 포착된 것은 세트당 40개에서 36개로 줄어든 여성 위생용품이었다. ‘1+1’ 부류의 ‘덤’ 상품이나 기획 할인상품, 쿠폰을 오려가야 주는 전단상품은 모두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통계청은 조사원들이 발로 뛰어 모은 가격자료를 토대로 품목별 가중치와 지역별 가중치를 이용해 물가지수를 낸다. 서울은 총 가중치 1000점 중 308.4점, 부산은 95.8점, 경기는 162.8점 등이다. 또 일반적인 가계생활비 중 해당 품목이 차지하는 비용을 평균해 나온 품목별 가중치도 복잡한 통계 산식에 들어간다. 예를 들어 쌀은 14점, 라면은 2.5점, 자장면은 3.1점 등. 다만 다방커피나 인라인스케이트처럼 한때 유행하다가 사라진 품목이 있는가 하면 브로콜리처럼 새로 많이 팔리는 품목이 많아 품목과 가중치는 5년에 한 번씩 바뀐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여전히 정부의 물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방배동에서 왔다는 주부 윤정희 씨(54)는 “실제 느끼는 물가는 빠르게 오르는데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상승률은 높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양동희 물가동향과장은 “개인마다 특정 상품의 가격 상승에 대해 느끼는 체감도가 주관적인 데다 정부의 물가조사는 전수조사를 통한 가격 발표가 아닌, 점유율이 높은 상품 위주의 표본조사 후 변동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통계청은 기술의 발달이 빠르고 소비자들의 기호가 자주 바뀌는 점을 감안해 가중치와 품목 변동주기를 3년 이내로 줄이기로 하고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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