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제품 팔릴수록 삼성-LG 웃는다?

  • Array
  • 입력 2011년 2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14일 서울 용산구 LG디스플레이 본사 3층에 있는 ‘아이패드 존’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아이패드 여러 대가 설치돼 있다. 이 회사는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액정표시장치(LCD) 패
널을 가장 많이 공급해 지난해 ‘애플 특수’를 누렸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14일 서울 용산구 LG디스플레이 본사 3층에 있는 ‘아이패드 존’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아이패드 여러 대가 설치돼 있다. 이 회사는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액정표시장치(LCD) 패 널을 가장 많이 공급해 지난해 ‘애플 특수’를 누렸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서울 용산구 LG디스플레이 본사 3층에는 ‘아이패드 존(i-pad zone)’이란 특별한 곳이 있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담소를 나누거나 커피를 즐기는 카페테리아 한구석에 누구든 이용할 수 있는 아이패드 여러 대가 설치돼 있는 것. 그리고 아이패드 옆에는 이런 문구가 적힌 푯말이 하나 붙어 있다.

‘아이패드는 자사(自社)의 우수한 기술인 ‘IPS(LCD)’로 만들어진 9.7인치(1024×768) 패널이 내장된 태블릿PC입니다.’

이 회사는 ‘신비주의’를 추구하는 애플의 요청에 따라 자신들이 아이패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가장 많이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홍보하지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내부적으로는 아이패드 전용 공간을 따로 만들 정도로 애플 납품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애플로부터 42억 달러(약 4조71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가 앞으로도 ‘애플발 특수(特需)’를 지금처럼 계속 누리기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애플이 ‘프리미엄 모바일 기기’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애플을 잡기 위한 전 세계 디스플레이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해 세계적으로 아이폰 4700만 대와 아이패드 1480만 대를 팔았는데 올해는 이보다 각각 60%와 150%가량 급증한 7500만 대의 아이폰과 3650만 대의 아이패드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제품들은 모델 수가 적은 대신 경쟁사보다 가격대가 높아 부품업계로선 대목을 맞은 셈이다.

특히 최근 애플이 납품 단가를 떨어뜨리는 동시에 날로 급증하는 제품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부품업체 수를 적극 늘리기로 한 것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4와 아이패드를 만들면서 LG로부터 가장 많은 디스플레이 패널을 구입했지만, 새로 나올 아이폰5와 아이패드2에선 LG의 납품 비중을 줄이는 대신에 삼성 LCD를 새로 공급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근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애플 납품을 겨냥해 기존의 VA 방식(전기를 가하면 디스플레이 안의 액정이 수직으로 움직이는 기술)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IPS 방식(액정이 수평으로 움직이는 기술) 제품인 ‘슈퍼 PLS’ LCD를 개발했다. 당초 IPS LCD의 한계(가격이 비싼 것)를 주장하던 삼성이 방향을 튼 것에 대해 업계에선 IPS LCD를 ‘레티나(망막) 디스플레이’라며 칭찬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의 입맛에 맞춘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삼성전자로부터 LCD와 반도체 등 총 78억 달러(약 8조7500억 원)의 부품을 구입해 소니를 제치고 삼성의 최대 구매고객으로 부상할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로서는 ‘아이폰-갤럭시S’ ‘아이패드-갤럭시탭’으로 맞서고 있는 애플을 반도체와 LCD의 최대 구매고객으로 두는 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수요가 폭증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LCD 공장 승인이 지연되자 2조4430억 원을 들여 파주 공장의 IPS LCD 생산라인 증설에 나섰다. 이 밖에 일본의 샤프와 도시바, 히타치도 각각 1000억 엔 규모의 IPS LCD 설비투자 계획을 최근 세웠다. 특히 샤프와 도시바의 경우 투자액의 상당 부분을 안정적인 패널 납품을 조건으로 애플이 직접 부담하기로 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