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곡물회사 설립해 해외농장-유통망 구축… 밀 옥수수 콩 직접 조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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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대기업, 2376억 공동투자

정부가 안정적인 식량안보 체제를 갖추기 위해 범국가적 곡물조달시스템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농림수산식품부와 aT는 5일 “해외 농장을 확보하고 미국에 국제 곡물회사를 설립함으로써 안정적인 곡물수입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해외 곡물조달은 해외 4대 메이저 업체를 통한 수입과 일부 국내 민간업체에 의한 소규모 해외농장 운영 등이 전부였으며 국가적인 조달 시스템은 갖추지 못했었다.

aT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미국에 국제곡물회사를 설립해 올해 5만 t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연간 400만 t의 콩, 옥수수, 밀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나라 연간 곡물수입량의 약 30%에 이르는 규모다. 이 국제곡물회사에는 aT 외에 삼성물산, CJ제일제당, STX, 한진 등 민간기업이 협력사로 참여한다. 이들은 총 2376억 원(aT 950억 원, 민간기업 1426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처럼 정부가 긴급히 식량 안보체제 확보에 나선 것은 한국의 식량 자급률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5.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그나마 자급률이 100% 정도 되는 쌀을 빼고 나면 다른 식량의 자급률은 4∼5% 수준에 그친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 식품가격이 상승하면 국내 가격은 더욱 요동을 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우리나라의 식품물가 상승률은 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5일 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국의 식품물가는 1년 사이 10.6% 올라 에스토니아(12.2%)에 이어 상승률 2위였다. 특히 우리나라의 식품물가는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갔다. 정부는 국가 곡물조달시스템을 크게 곡물유통 인프라 구축과 해외농장 확보의 두 방향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aT 관계자는 “미국 브라질 등 주요국 곡물시장에 진입해 물량 확보, 선물 거래 등의 노하우를 축적할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해외농장 개발도 진행해 생산부터 수입까지 아우를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곡물시장이 카길, 벙기, 콘티넨털 그레인, 루이스 드레퓌스 등 4대 메이저 업체의 독과점 시장이란 점을 감안하면 aT의 노력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은 막대한 자금력과 수십 년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체 인공위성을 통해 전 세계 작황을 점검하는 등 세계 곡물시장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필형 aT 곡물사업단 사업운영팀장은 “어렵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며 “2011년 미국시장에 진출해 우선 콩과 옥수수를 각각 5만 t씩 자체 회사와 시스템을 통해 들여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협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사업 초기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제라도 곡물기업 육성 등 조달 시스템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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