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경영전문지 DBR의 사회적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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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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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지식과 실천 사이 괴리 좁히고 ‘공동진화의 길’ 열어라

경영 지식이 왜곡되면 그 지식에 기반한 경영자들의 의사 결정도 연쇄적으로 왜곡된다. 지식 생태계에서 DBR와 같은 고급 경영 매체가 할 일은 경영 지식과 실천 사이에서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점을 찾아주는 일이다. DBR 자료 사진
경영 지식이 왜곡되면 그 지식에 기반한 경영자들의 의사 결정도 연쇄적으로 왜곡된다. 지식 생태계에서 DBR와 같은 고급 경영 매체가 할 일은 경영 지식과 실천 사이에서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점을 찾아주는 일이다. DBR 자료 사진
경영지식의 원천은 어디인가. 어떤 경영지식이 좋은 지식일까. 경영에서 지식과 실천은 어떤 관계를 갖고 있을까. 경영지식을 창출하고 확산하는 일을 본업으로 삼고 있는 학계, 컨설팅업계, DBR(동아비즈니스리뷰)와 같은 경영전문지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가.

이는 경영지식과 관련해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개인과 조직, 매체들이 항상 고민해야 하는 근본적 질문이다. 특히 수준 높은 지식을 생성하고 확산시키겠다는 미션과 비전 아래 창간된 DBR와 같은 경영전문지는 잠시도 잊어버리면 안 되는 질문들이다.

DBR 창간은 한국의 경영지식 생태계에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경영지식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공하려는 중요한 실험이었다. DBR는 기존 다른 경제 경영 매체와 달리 독자층이 매우 적을 수도 있는, 어렵고 수준 높은 내용들을 집중 전달하는 특이한 전략을 사용했다. 그러나 초기 우려와 달리 DBR는 창간 후 짧은 시간에 국내 굴지의 경영전문지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광범하면서도 열렬한 마니아층을 확보하는 데도 성공했다.

DBR는 창간 3주년을 맞이했다. DBR가 앞으로 우리나라를 넘어 글로벌 경영지식의 생태계에서 더욱 중요한 가치 창출을 하려면 경영지식의 본질과 원천, 그리고 그 생성과 확산에 대한 체계적이고 정확한 이해가 필수다. 이를 위해 우선 경영지식의 원천과 대상에 대한 실증주의(positivism)와 해석학(hermeneutics) 간의 지식 철학 논쟁을 짚어보자.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 경영지식의 압도적 다수는 실증주의 철학에 기초한다. 실증주의는 19세기 중반 이후 자연과학은 물론이고 사회이론 전 분야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실증주의에선 사유나 감정, 의지 등 비합리적 요소에서 나오는 지식을 철저히 배격한다. 그 대신 관찰이나 경험, 실험 등으로 검증 가능한 객관적 사실만을 지식의 대상으로 인정한다. 이런 실증주의적 관점에서는 관찰하거나 경험할 수 있는 경영 현상만이 지식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실증주의는 몇 가지 심각한 한계를 갖고 있다. 우선 실증주의에선 관찰자가 직접 경험하거나 관찰하지 못한 현상에 대한 지식 창출이나 수용이 아예 불가능하다. 실제 경험하거나 관찰한 현상을 일반화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식 창출자의 주관이나 선입견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지식 창출 과정에서 각기 다른 현상들의 고유한 특수성과 차이를 무시해 결과적으로 더 부정확하고 비과학적인 지식을 창출할 수도 있다.

실증주의의 이런 한계를 비판하며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게 바로 해석학이다. 해석학에선 역사적으로 다른 시공간 속에서 발생한 다양한 경험을 획일적으로 객관화하고 일반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특히 실증주의에선 과학적 지식 창출의 가장 심각한 장애 요인으로 꼽혔던 선입관이나 주관을 되레 바람직한 지식 창출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으로 여긴다. 해석학에선 인간 지식의 진정한 원천은 경험, 관찰, 분석, 실험 등과 같은 이성적인 과정뿐 아니라 감정이나 의지, 주관적 성향 등까지도 모두 포괄하는 총체적인 삶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해석학은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인문사회과학 분야로 확산됐다. 경영학계에선 각 조직이나 경영 상황마다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각 행위 주체들의 주관적 의미 부여에 초점을 맞춰 지식을 창출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랐다. 실무 경영계에서도 업계에 일반화된 경영방식을 추종하기보다 자기 기업만의 특수한 전통과 문화, 상황에 초점을 맞춰 자신만의 고유한 경영모델을 찾아내려는 노력들이 이어졌다. 컨설팅업계도 다른 여러 기업이나 산업, 또는 국가들에서 반복적으로 검증되고 사용돼 온 상황진단 도구들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그 대신 고객 기업마다의 특수한 상황과 역사적 배경에 대한 심층적이고 질적인 연구를 통해 제로베이스(zero base)에서 컨설팅에 필요한 지식을 얻으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그러나 20세기 중후반 압도적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듯 보였던 해석학적 지식 철학도 과거 실증주의가 그랬듯이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해석학에선 여러 사회현상을 이해할 때 객관적 조건들의 영향력을 지나치게 경시하고 현상마다의 개별적 특수성을 중시한다. 이에 따라 지나치게 관념적으로 치우칠 수 있었다.

이처럼 경영지식 창출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철학적 이슈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이슈가 있다. 바로 지식과 실천 간의 관계다. 경영지식은 실제 조직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시사점 도출을 목적으로 하는 실천적 지식이다. 따라서 경영지식 창출과 확산에 종사하는 행위자들은 지식 그 자체에만 관심을 갖는 수준을 넘어 반드시 지식과 실천 간의 관계를 고민해야 한다.

그 지식이 실증주의적 관점에서 창출되느냐, 반대로 해석학적 관점에서 창출되느냐를 막론하고 모든 경영지식은 실제 경영 현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문제는 경영지식이 지식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천의 영역인 경영 현상에 거꾸로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즉 경영학계나 컨설팅업계, 각 기업의 실무 경영자들이 실제 경영 현상으로부터 창출한 경영지식은 거꾸로 실무 경영자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 적극 반영돼 경영 현상 자체를 변화시킨다. 실제 경영 현상에서 나온 경영지식이 거꾸로 그 경영 현상 자체에 영향을 주고 변화시키는 묘한 순환관계가 형성된다.

이런 지식과 실천의 쌍방향적 상호영향력에 대해 ‘제3의 길’의 저자인 앤서니 기든스는 ‘2중 해석학(double hermeneutics)’이라고 불렀다. 2중 해석학의 관점에서 볼 때 경영 현상에 대한 지식이 왜곡되면 그 지식에 기초한 경영의 실천 영역도 연쇄적으로 왜곡된다. 경영지식을 창출할 때 지식의 정확성은 물론이고 그 실천적 시사점에 대해서도 깊이 있고 비판적인 성찰이 필요한 이유다.

바로 이 지점이 DBR와 같은 하이엔드(high-end) 경영전문지가 전체 경영지식의 생태계에서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회적 역할이다. 즉, 경영 지식과 실천 사이에 발생하기 쉬운 왜곡된 2중 해석학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 서로의 왜곡과 결함을 보완·수정하는 긍정적 2중 해석학의 경로를 회복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경영 지식과 실천이 공동 진화(co-evolution)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경영지식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른 어떤 행위자들보다 하이엔드 경영전문지가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이다.

경영학계는 지식 영역의 논리 그 자체에 함몰되기 쉽다. 실제 경영 현상의 이해와 해석 또한 학문적 선입관에 기반해 실제 현상과는 괴리된 상아탑적인 형이상학적 사유에 사로잡혀 접근할 위험이 크다. 반대로 경영 실무계는 근시안적이고 표면적인 실용주의 논리에 빠져 자신의 단편적 경험을 과도하게 맹신해 일반화할 수 있다. 또는 자신의 주관적 감정이나 이해관계에 의해 선택한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양한 지식 대안 중 자신의 선택과 일치하는 지식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이런 일이 생기면 지식과 실천의 2중 해석학은 걷잡을 수 없는 공동 퇴화(co-degradation)의 나락으로 빠지게 된다.

따라서 지식과 실천 중 한쪽의 논리에 치우치거나 함몰되지 않고 양측 모두에 비판적 피드백을 제공해 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DBR와 같은 경영전문지가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일이다. DBR가 경영 생태계의 지식과 실천 사이에서 완벽한 비판적 균형자 역할을 수행해 한국 사회에서 경영 지식과 실천이 공동 진화하기를 기대한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 dshin@base.yonsei.ac.kr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4호(2011년 2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마케팅도 패러다임의 전환 필요

▼ Special Report


많은 기업은 고객 중심의 마케팅 활동을 벌이겠다며 다양한 일을 추진해왔다. 상당수 기업은 고객 만족, 고객 감동 등의 단어를 회사 슬로건에 포함시켰다. 또 TV나 신문 광고 등을 통해 고객을 중시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노력했다. 고객 상담 센터, 불만 접수 센터 등을 만드는 등 고객 서비스에도 만전을 기했다. 하지만 최근 종영한 인기 TV 드라마 ‘시크릿 가든’ 속 유명 대사를 빌려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새해를 맞아 기업들은 원대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장기 경영 계획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려는 기업들의 발걸음은 더욱 바쁘다. 글로벌 초경쟁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환경의 본질을 간파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창조적 역량이 필수다. 마케팅도 마찬가지. 10년 후를 내다보는 차세대 마케팅에선 과거와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차세대 마케팅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



충무공 통해 본 21세기 名家의 조건

▼ Trend & Insight


충남 아산에 있는 현충사 정문으로 들어서면 우측에 기둥과 지붕만 있어 마치 기차역의 플랫폼을 연상시키는 길쭉한 건물이 있다. 바로 이순신 장군과 그의 후손 4명이 받은 5개의 정려(旌閭)를 죽 걸어 놓은 곳이다. 이른바 ‘4충신(忠臣) 1효자(孝子)’ 정려로, 충무공과 그의 조카인 강민공 이완, 4대손인 충숙공 이홍무, 5대손 충민공 이봉상 등 네 명의 충신과 효자인 7대손 이제빈을 기리는 편액이 걸려 있다. 이 다섯 명 중 네 명의 충신은 모두 전사자다. 정려를 받지는 못했지만 충무공 집안에 전사자는 이외에도 더 있다. 바로 충무공의 아들들이다. 슬하에 둔 아들 다섯 중 셋이 전사했다. 충무공의 집안은 역대로 전사자가 가장 많은 가문 중 하나다. 충무공의 후손들은 이순신 장군만 한 능력이나 업적을 보여주진 못했다. 그러나 그들 모두 명장의 후손이라는 강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랬기에 실수를 하고 전투에서 패하는 순간에도 결코 굴복하지 않았고 죽음을 피하지도 않았다. 충무공과 그의 후손들이 부와 권력의 세습으로 지탄받곤 하는 21세기 한국 지도층들에 전달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진정한 명가(名家)의 조건을 소개한다.

‘先직원 後고객’ HCL 혁신 비결

▼ Global Perspective


수천 명의 직원이 앉아 있는 대회의장. 최고경영자(CEO)가 일선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가 어떤 회사가 됐으면 좋겠는가” “회사의 미래 전망이 어떻다고 보는가” 등에 대한 답을 허심탄회하게 듣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당신이 이 회사 CEO라고 가정해 보자. 만약 당신이 넥타이를 맨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연단에 올라 연설을 하기만 하면 직원들이 기탄없이 자신들의 생각을 말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아주 용감한 사람이 아닌 이상 그런 분위기에서 입을 열 직원은 많지 않을 테니 말이다. 반대로 당신이 심각한 연설 대신 아무 말 없이 연단에 올라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고 가정해보자. 아예 연단에서 통로로 내려가며 앉아 있던 직원들을 일으켜 함께 춤을 추기라도 한다면 더더욱 좋다. 당신이 지독한 ‘몸치’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린 후 다시 연단에 올라가 직원들에게 질문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직원들에게선 어떤 반응이 나올까. 인도의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 HCL테크놀로지의 비닛 나야르 사장은 이처럼 ‘괴짜’ 같은 행동을 통해 직원들과의 간극을 없앴다. 그리고 ‘선(先)직원, 후(後)고객’이라는 독특한 경영문화를 확립해 회사를 혁신으로 이끄는 데 성공했다. HCL테크놀로지의 혁신 성공 비결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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