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피랍-피습 이어져도 중동 등 해외근무 지원 는다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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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건설근로자들에겐 ‘돌격대 DNA’가 꿈틀

“해적이나 폭도 모두 두렵지 않아. ‘군인정신’으로 무장했거든.”

리비아에 있는 한국 건설사 공사현장이 현지인들의 습격을 받은 사실이 전해진 23일 대우건설 직원 A 씨는 리비아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즈위티나 지역에 있는 화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2년여간 근무할 예정인 A 씨는 세 살배기 아들을 안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아내를 이렇게 다독였습니다. 대우건설에서는 해외현장 근무를 ‘군대’라고 표현합니다. “걱정은 되지만 꼭 한 번 갔다 와야 하고 막상 다녀오고 나면 자부심이 생기는 것이 군대와 똑같기 때문”이라는 것이 A 씨의 설명입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업체들의 해외 건설현장은 △중동 53.7% △아시아 27.5% △중남미 8.8% △아프리카 7.5% 등으로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에 집중돼 있습니다. 치안이 불안한 일부 지역에서는 ‘리비아 습격사건’처럼 신변안전 문제가 끊이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지요. 삼환기업의 한국인 직원들은 2007년부터 반군과 연합군 간에 교전이 심심찮게 벌어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2006년에는 대우건설과 한국가스공사 직원 5명이, 2007년에는 대우건설 직원 12명이 나이지리아에서 무장단체에 납치됐다 풀려난 사례도 있고요.

그런데도 국내 건설사 직원들의 해외근무 지원자 수는 꺾이기는커녕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해외와 국내 현장에 대한 지원 비율은 6 대 4 정도로 해외근무를 자청하는 직원이 최근 늘어났다”고 전합니다. 현대건설 관계자 역시 “예전엔 오지라며 기피하던 직원들조차 한번 도전해봐야겠다고 말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업계관계자들은 “최근에는 해외에서 일한다고 돈을 그렇게 많이 받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수당까지 포함하면 국내 근무보다 2배 이상 소득을 올려 해외 현장근무를 ‘한몫 잡으러 간다’고 표현했던 1980, 90년대와 다르다는 설명입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거침없는’ 도전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요.

해외근무를 지원한 직원들은 “앞으로의 발전가능성과 자부심 때문”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앞다퉈 올해의 경영 화두를 해외사업 확대로 제시한 소속 건설사의 비전에 부응하면서 개인적인 성취감도 느끼겠다는 뜻이겠지요. 삼환기업의 한 관계자는 “열악한 자연환경이나 사회적 여건과 싸우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건설인의 소명 아니겠느냐”며 ‘운명론’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0월까지 2년간 사우디아라비아 알주베일에서 근무한 대림산업의 C 씨는 최근 같은 현장에 다시 나가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C 씨는 “섭씨 55도에 육박하는 여름철 찜통더위 속에서 플랜트 공사를 마친 뒤 맛본 희열, ‘역시 한국인은 근면하다’고 치켜세우는 현지인들에게서 느낀 자부심을 좀처럼 잊을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1970년대 사막 한가운데에 ‘맨손’으로 뛰어든 국내 건설인들은 외화획득의 첨병 역할을 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도전의 유전자가 여전히 국내 건설업계에 살아 숨쉬는 것 같아 든든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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