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추가협상 타결]日 “한국에 美시장 뺏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年 14억달러 손실 예상

일본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국이 유럽연합(EU)에 이어 미국과도 FTA에 합의함에 따라 이 지역에서 한국과 경쟁하는 품목이 많은 일본 경제계는 관세 철폐로 인한 가격경쟁력 저하와 시장 주도권 상실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대미 수출액은 8조6492억 엔(약 117조7320억 원). 이 가운데 미국이 관세를 매기는 수입품은 전체 수출액에서 약 60%에 이른다. 반면 한국산 공업제품과 소비재는 2015년 이내에 95% 이상 관세가 철폐된다. 일본이 한미 FTA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본 국책연구기관인 아시아경제연구소는 한국과 미국 EU와의 FTA가 발효되면 일본은 연간 14억 달러에 이르는 수출을 한국에 빼앗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일본 대미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일본 자동차업계의 고민이 크다. 한국산과 일본산 승용차 모두 2.5%의 관세가 부과되지만 2015년부터 한국산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면 가격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자동차업계는 한-칠레 FTA 체결 이후 2007년에 칠레 시장에서 한국에 추월당했다. 일본은 2007년 9월 칠레와 경제동반자협정(EPA)을 맺고 이듬해에 바로 1위를 탈환했지만 이때 FTA의 위력을 절감했다.

관세 대상 품목이 많은 전기전자 업계도 신경이 곤두섰다. 일본 전자업계는 반도체와 박형TV 시장에서 이미 한국 기업에 밀린 데 이어 가격 경쟁까지 불리해져 “이제는 한국과의 맞겨룸이 아예 불가능해졌다”며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한일 가전제품에 붙는 관세가 5%나 돼 자동차보다도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본에서도 한국처럼 FTA 추진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좀처럼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일본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 멕시코 칠레 등과 현재 FTA를 타결지었다. 하지만 이들 국가와의 교역액이 많지 않아 일본의 전체 무역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은 EU 미국과의 FTA가 발효되면 전체 무역의 36%에 이른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