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추가협상 타결]전문가 10인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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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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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의 균형 못맞춰” 10점 만점에 5.3점
“전체로 보면 더 큰 이익” 10점 만점에 7.7점

통상 전문가들은 5일 발표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 결과에 대해 “미국에 많이 내주고, 받은 것은 적다”고 평가했다. 2007년 4월에 타결된 한미 FTA 협상문과 비교하면 한국이 누릴 수 있는 파이 크기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 양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 시장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양보한 분야의 피해가 생각보다 크지 않기 때문에 수정된 한미 FTA를 발효시키는 게 한국에 더 이익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본보가 이날 통상 전문가 10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점수 매기기를 유보한 전문가 1명을 뺀 나머지 9명은 이번 추가협상에 ‘이익의 균형’ 측면에서 10점 만점에 평균 5.3점을 줬다. 10점은 한미 양국이 모두 윈윈하는 협상을 했다는 의미고, 0점은 그 반대다. 5.3점은 어느 한쪽이 손해를 봤다는 의미인데 전문가들은 한국이 주로 손해를 봤다고 입을 모았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FTA 찬성론자이지만 이번 한미 추가협상에선 한국이 많이 주고 적게 얻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돼지고기 관세 철폐가 연기된다고 해도 한-유럽연합(EU) FTA가 발효되면 유럽에서 수입이 될 테고, 비자 유효기간 연장도 수혜자가 극소수”라고 말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동차 분야에서 세이프가드라는 전대미문의 제도가 도입돼 한국 기업에 불리하게 됐다”고 주장했고, 한홍열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2007년 양국이 맺은 내용을 미국의 주장으로 다시 협상한다는 자체가 어떤 결말이 나오더라도 한국의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미 FTA의 필요성에 대한 평가는 7.7점으로 점수가 높았다. 이번 추가협상만 떼놓고 보면 한국이 손해를 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한미 FTA 체결이 한국에 더 큰 이익을 준다는 의미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 차에 매겨지는 관세 철폐를 4년간 유예한 것은 경제적 효과를 연기한 것에 불과하고 세이프가드 조치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발동할 수 있다”며 “한국이 글로벌 전략을 가져가는 데 있어 한미 FTA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도 “추가협상을 통해 FTA를 빨리 이행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자동차 분야에서 양보를 해도 미국 자동차의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한미 FTA를 발효시키는 데 걸림돌로 한국 국회의 비준을 꼽았다. 한국 국회는 한미 FTA를 경제 논리보다 정치 논리로 접근하고, 한국이 양보한 부문을 집중 부각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에 미국 측은 최대 문제점으로 꼽히던 자동차 분야에서 진전을 얻었기 때문에 수월하게 의회 비준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잘한 점과 아쉬운 점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너무 서둘러 진행하면서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설명하는 절차가 없었다”고 했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도 “EU 등 나머지 국가들도 미국의 자동차 안전기준을 한국에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한미 FTA 조항을 들이대며 동등한 대우를 요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U 역시 추가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강문성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두 나라 모두 적절한 정치적 접근을 하면서 미국은 자동차, 한국은 농산물 쪽에 이익을 챙겼다”고 평가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조정실장도 “관세환급 철폐 같은 미국의 자동차 분야 추가 요구를 막아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애초 미국이 요구한 관세 철폐 유예 기간도 추가협상에서 타결된 4년보다 두 배 정도로 더 길었다”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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