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WINE]와인과 보이차가 닮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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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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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해 사케에 관한 책을 출간하면서 책 이곳저곳에서 사케와 와인의 비슷한 점과 차이점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이를 본 주위의 많은 분들이 다음 책의 주제는 ‘보이차’로 하되 사케 관련 책과 마찬가지로 와인에 관한 내용을 실으라고 조언을 해 주었다. 특히 십수 년 전부터 보이차와 와인을 즐겨온 지인은 아예 보이차와 와인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며 소개하는 책도 의미 있겠다는 의견을 전해오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와인을 좋아하는 이들의 취향은 대개 비슷하다. 위스키 중에는 싱글 몰트위스키를 선호하고 대다수가 보이차를 좋아한다. 재미있는 점은 같은 주류인 와인과 싱글 몰트위스키의 비교보다는 와인과 보이차의 연관성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싱글 몰트위스키와 보이차에 대한 필자의 일천한 지식에 비추어 봐도 와인과 더 많이 닮은 쪽은 역시 보이차다.

와인과 보이차를 놓고 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발효’다. 와인과 보이차는 전 세계 발효식품의 대명사나 다름없다. 포도와 찻잎은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복합적이고 다양한 맛과 향을 얻는다. 어디서, 어떤 품종으로, 누가,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무한대로 바뀌지만 어떻게 보관하고 얼마만큼 기다렸느냐에 따라서 한 번 더 무한 변신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와인과 보이차다. 일반인 관점에선 골치 아프게만 보이는 이런 변수들이 애호가에게는 도전의 대상이요, 때로는 과도한 집착의 이유가 된다.

아무리 맛과 향이 뛰어나고 금전적 가치가 있어도 와인과 보이차가 오늘날 같은 높은 인기를 구가하게 된 것은 ‘건강’이란 키워드의 수혜를 본 덕분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와인이 건강에 미치는 효능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연구 결과가 발표됐고, 보이차 역시 이 부분에서는 매한가지다. 와인과 보이차의 가장 대표적이고 공통적인 효능이라면 둘 모두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과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점 아닐까 싶다.

와인과 보이차 모두 ‘지역 한정’이란 특성을 가진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보이차는 이름부터 아예 ‘보이’라는 지역을 내세워 그 경계를 분명히 하고 있고, 와인 역시 지겹게 듣게 되는 테루아르나 원산지 통제 명칭 같은 용어도 모두 장소와 관련된 것들이다. 이들이 지켜지지 않으면 등급, 진위, 고유한 개성 등 와인과 보이차에 부여된 모든 가치가 무너지는 결과를 낳는다. 지역이라는 한계 덕분에 이들에 부여된 희소성 또한 무용지물이 된다. 이렇게 되면 이 둘이 가진 금전적 가치도 더는 논할 수 없게 된다.

와인과 보이차를 주제로 단행본을 써 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 무리가 아닐 만큼 이 둘의 유사성은 이 밖에도 너무나 많다. 그중에서도 꼭 말하고 싶은 점은 둘 다 그저 그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일상의 촘촘한 긴장감이 풀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쉼’ 혹은 ‘여유’라는 코드를 품고 있다는 점이다. 와인과 보이차는 바쁜 일상 속의 우리에게 한 템포 쉬어가는 지혜와 여유를 일깨워주는 삶의 소품들이다.

김혜주 와인칼럼니스트

● 이번 주의 와인
삭숨 제임스 베리 비니어드 2007


무려 1만5800종의 와인을 제치고 올해 ‘와인 스펙테이터’ 1위를 차지한 와인이다. 작년에 출시되자마자 이미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 만점의 평가를 받았다. 이 모든 것이 설립된 지 갓 10년이 지난 와이너리의 성과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캘리포니아 센트럴 코스트에서 그르나슈, 무르베드르, 시라로 블렌딩했다. 알코올 도수가 15.8%로 매우 높다. ‘삭숨’은 라틴어로 ‘바위’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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