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2009년 26대 그룹 성적표]<중>5대 그룹 순익비중 5년새 61% → 81%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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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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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0대 그룹 중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롯데 등 민간 5대 그룹이 차지하는 순이익 비중이 최근 5년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 대규모기업집단 정보공개시스템 자료를 바탕으로 동아일보 산업부가 경제 전문가 10명과 함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26대 대규모기업집단(그룹) 전체의 순이익 중 민간 5대 그룹의 비중은 81.6%에 이르렀다. 2004년 61.5%에서 20%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26대 그룹의 순이익은 2004년 46조7000여억 원에서 지난해 47조9000여억 원으로 5년 동안 1조2000여억 원 증가에 그친 반면 같은 기간 5대 민간 그룹의 순이익은 28조7000여억 원에서 지난해 39조1000여억 원으로 10조3000여억 원이 늘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하이닉스 현대건설 부영 등 최근 5년간 한 번 이상 요건이 안 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빠진 4곳은 분석에서 제외했다.

매출액이나 종업원 수, 계열사 수에서는 민간 5대 그룹의 비중이 5년간 대체로 일정했다. 5대 그룹의 매출액 비중은 이 기간 내내 26대 그룹의 53.5∼58.3%를 벗어나지 않았으며 종업원 수는 52.2∼53.4%, 계열사 수는 32.2∼38.3% 수준이었다. 외형만 놓고 보면 상위 5대 그룹이나 중·하위권 그룹이 비슷하게 성장했지만 내실은 5대 그룹에 집중됐다는 얘기다.

공교롭게도 5대 그룹의 순익 비중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세계 경제위기가 닥친 다음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5대 그룹이 차지하는 순익 비중은 58.3%로 2004년(61.5%)보다 소폭 떨어진 상태였으나 이 수치가 2008년에는 72.9%로, 지난해에는 81.6%로 두 해 연속 1년에 10%포인트 정도씩 뛰었다.

26대 그룹 전체의 순이익에서 삼성그룹 한 곳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28.4%에서 지난해 36.9%로 8%포인트가량 증가했으며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7.2%에서 17.6%로 늘어났다.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 역시 매출액이나 종업원 수, 계열사 수 등 다른 지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일정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는 5대 그룹이 세계 경제위기 기간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선전한 덕분으로 해석했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삼성, 현대차, SK, LG그룹 등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좋은 글로벌 기업들”이라며 “전자, 자동차, 석유화학 부문에서 세계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외국 기업들이 타격을 입는 동안 이익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손동원 인하대 경영학부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특히 톱클래스에 있는 대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개혁을 잘했다”며 “삼성은 다른 국내 대기업과도 다른 수준으로, 그들 나름의 시스템을 잘 갖춰 실력 발휘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라며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전문가도 있었다. 박승록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상위 그룹들의 실적이 좋았던 것은 수출이 잘됐기 때문이며, 이는 기본적으로 환율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박 실장은 “반도체 가격이 오르고 도요타나 제너럴모터스(GM) 등 외국 자동차회사들이 타격을 입는 동안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챙긴 것이 겹쳤으며 큰 틀에서 상위 그룹들의 순익은 앞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 26대 그룹 계열사, 2008년 100곳 늘어 ▼
녹색산업 등 신사업 진출 활발… 5대 그룹은 46개사↑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 주요 민간 그룹의 계열사는 2008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전문가는 이를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기조와 녹색성장 정책의 영향 탓으로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26대 그룹의 계열사는 2008년 4월∼2009년 4월에만 100개가 늘어났으며, 특히 민간 5대 그룹은 이 기간에 계열사가 19.1%나 늘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은 “계열사가 증가한 것은 회사를 세우거나 인수했다는 것으로, 기업 활동이 적극적이었다는 의미”라며 “노무현 정부 때 보수적인 경영을 펼치던 민간 그룹들이 이명박 정부 들어 신사업에 진출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경우 2008년 4월∼2009년 4월 독일 보쉬와 합작한 2차 전지 회사 SB리모티브,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함께 만든 모바일용 디스플레이 전문 기업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등을 계열사에 새로 추가했다. 삼성테크윈의 카메라 사업 부문이 독립한 삼성디지털이미징의 경우 TV와 휴대전화, 반도체 등과의 관련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이후 삼성전자에 흡수 합병됐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이 기간 산업용가스 공급업체인 ‘그린에어’를 설립했으며, SK그룹은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롯데그룹은 소주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롯데주류BG’를 세워 두산의 주류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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