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외환은행 인수… 론스타 자기자금 23배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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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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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이 24일 외환은행을 4조7000억 원가량에 인수한다. 하나금융은 24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어 외환은행 인수를 결의하고 이날 오후 2시에 공식 발표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대부분의 절차가 마무리됐다”며 “이사회 이후 구체적인 자금조달 방식과 그간의 인수과정 등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사회 승인이 나는 대로 미국으로 출국해 론스타와 외환은행 매매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번 매각으로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막대한 매각 차익을 남기게 됐다. 하지만 론스타의 7년이 남긴 불씨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매각 차익에 대한 세금 징수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격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당분간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 천문학적 수익

론스타는 2003년 8월 2조1548억 원으로 외환은행 지분 64.62%를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외환은행 인수자금 가운데 론스타가 조달한 자금은 1조3383억 원가량이며 나머지 8000억 원가량은 3년 뒤 미리 약속한 금액으로 외환은행 주식을 사들이기로 하는 주식매수 옵션으로 충당했다.

당시 론스타가 마련한 외환은행 인수자금 1조3383억 원 역시 대부분은 채권 발행과 차입으로 실제 론스타의 자기자금은 1704억 원에 불과했다.

하나금융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최종 매각 대금은 4조7000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하나금융은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을 현 시가(약 4조2300억 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4조6000억 원 안팎에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외환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있는 현대건설 매각 이익을 감안해 인수가격이 더욱 올랐다.

여기에 그동안 론스타가 2007년부터 받은 배당금과 일부 지분 매각대금으로 이전에 이미 회수한 2조1261억 원을 더하면 론스타가 회수하는 수익금만 약 6조8000억 원에 이른다.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조달했던 차입금과 이자를 갚더라도 4조 원 안팎은 고스란히 론스타의 호주머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결국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7년 만에 1704억 원의 자기자금으로 23배가 넘는 4조 원 안팎의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론스타 과세 논란

론스타가 막대한 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매각 차익에 대한 과세가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세청은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매각을 신고하면 원칙에 따라 과세할 방침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해외법인인 론스타는 주식매각 금액의 10% 또는 차익의 25% 중 적은 금액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만약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51.02%를 4조7000억 원에 판다면 4700억 원을 원천징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한국-벨기에 조세조약’에 따르면 사업자의 거주자 국가에서만 과세하기로 돼 있다.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는 주체인 LSF-KEB홀딩스는 벨기에 소재 법인이기 때문에 한국은 과세할 수 없다는 게 론스타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론스타의 벨기에 법인은 세금을 탈루하기 위해 설립된 가짜 회사이고 실체 격인 론스타는 한국에 고정 사업장이 있기 때문에 결국 과세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론스타가 2007년 외환은행 지분 13.6%를 1조1928억 원에 팔았을 때 정부는 양도가액의 10%인 1192억8000만 원을 원천징수했다. 론스타는 과세불복 청구를 냈고 조세심판원은 “LSF-KEB홀딩스는 해외 소득과 관련해 면세혜택을 받기 위해 세운 법인으로 실질적인 벨기에 거주자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론스타는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 론스타 대주주 자격 논란은 아직 진행형 ▼

론스타는 이번 외환은행 매각차익에 세금을 부과할 경우 또다시 행정소송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론스타 계열사들이 앞선 세금 소송에서 4차례나 잇달아 승소함에 따라 실제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론스타펀드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를 매각해 2450억 원의 차익을 남기자 세무당국은 1000억 원의 양도소득세를 매겼다. 하지만 올해 8월 서울고등법원은 양도소득세 부과는 부당하다며 론스타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론스타펀드는 한국 세제의 허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기획재정부는 해외 펀드의 과세 법령을 개정하기도 했다.

○ 론스타 인수 적격성 논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대주주 자격이 있었는지에 대한 논란도 아직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다.

그동안 론스타는 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금융자본인지 논란을 빚어왔다. 시민단체들이 주로 부동산에 투자를 해온 론스타의 전 세계 투자현황을 볼 때 산업자본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9%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2007년부터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에 대해 심사하고 있지만 3년이 지나도록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의 김상조 소장은 “금융위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대한 결론을 내지 않는 것은 책임회피”라며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론스타가 매각 자금을 해외로 갖고 나가도록 한다면 소송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 론스타는 어떤 회사 ▼

외환은행 매각으로 7년 만에 한국을 떠나는 론스타는 1991년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 설립된 사모펀드다. 미국의 연기금, 사립학교 재단, 유럽계 투자자 등 대형 투자기관이 주요 투자자들로 주로 부실채권 정리, 부동산 운용, 구조조정 등에 투자하고 있다.

론스타가 한국에 진출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로부터 5000여억 원 상당의 부실채권을 사들이면서부터다. 이후 2001년 6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 2002년 한빛여신전문, 2003년 4월에 극동건설을 사들인 론스타는 2003년 8월 한국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순식간에 우리에게도 익숙한 존재가 됐다.

한국에서는 ‘먹튀’ 논란을 일으키는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론스타의 투자 감각만큼은 전문가들도 인정하고 있다. 론스타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이후에도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2008년 메릴린치가 보유한 부채담보부증권(CDO)을 67억 달러에 사들이는가 하면 독일 국영개발은행인 KfW가 소유하고 있는 IKB독일산업은행의 지분 90.8%를 인수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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