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도이치증권 1조9000억 매물폭탄 미스터리… 증권가 ‘說’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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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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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청산說… 환차익說… 시세조종說…
금융당국, 특별심리 착수

11일 일어났던 ‘도이치증권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날 코스피가 장 마감 직전 도이치증권 창구로 나온 예상 밖의 ‘매물 폭탄’을 맞아 53.12포인트(2.7%)나 떨어졌다. 이 매물은 선물과 현물의 가격차를 이용해 돈을 버는 프로그램매매를 통해 나온 것이다. 하지만 매물을 내놓은 외국인투자가가 큰 이익을 얻었는지 불분명해 ‘도이치증권 미스터리’로도 불린다. 12일 금융당국은 특별 심리에 들어갔다.

○ 도대체 무슨 일이

11일은 코스피200 옵션 11월 만기일이었다. 보통 옵션이나 선물 만기일에는 변동성이 커지지만 이날은 코스피가 한때 1,976까지 올랐고 프로그램 차익거래도 2800억 원가량 순매수 상태였다. 그런데 오후 2시 50분부터 프로그램 차익거래가 1조8042억 원 순매도로 돌변했다. 국내 증권사상 최대의 차익거래 순매도 ‘폭탄’이었다.

이 여파로 옵션시장은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코스피200을 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를 샀던 일부 투자자는 최대 240배의 대박을 터뜨렸다. 지수가 추락하면서 당초 팔겠다는 행사가격이 상대적으로 크게 비싸진 덕분이었다. 반면에 살 권리(콜옵션)를 보유한 몇몇 투자자는 행사가격보다 종가가 크게 낮아져 아예 권리행사를 포기했다.

진행과정은 단순하지만 하루가 지난 12일에도 증시 참여자들은 이번 거래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먼저 프로그램 차익거래는 선물과 현물을 동시에 사거나 팔았다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반대매매를 해 이익을 거둔다. 선물이 현물보다 상대적으로 고평가됐다면 비싼 선물을 팔고 싼 현물을 산다. 이후 고평가 상태가 해소되면 반대매매로 차익거래를 청산한다. 이번에 외국인이 차익거래를 했다면 고평가가 해소된 선물을 사야 논리에 맞다. 정진희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2조 원 가까운 매물에 걸맞은 선물 매수분을 찾을 수 없었다”며 “이번 거래는 차익거래 기본 매매패턴과 맞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개인투자자도 많은 주식은 나눠 팔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 한다. 문제의 외국인은 1조9000억 원의 매물을 한 번에 던져 주가를 추락시켰다. 이 때문에 이번 매매가 차익거래였다면 어떻게 차익을 얻으려 했는지 오리무중이다.

피해도 막대하다. 옵션거래는 한쪽에서 이익을 보면 다른 쪽에서는 반드시 손실을 보는 ‘제로섬 게임’이다. 최대 240배의 대박 반대편에 있는 와이즈에셋자산운용의 사모펀드는 889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하나대투증권은 12일 와이즈에셋이 갚지 못한 손실액 760억 원을 대신 결제했다. 관련법상 옵션거래 중개 증권사가 결제 이행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 자산 일부를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연기금, 증권사의 피해도 크다. 금융감독원은 42개 증권사의 관련 손실액이 1100억 원에 이른다고 잠정 집계했다.


○ 환차익…시세조종…추측 난무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먼저 펀드 청산설이 꼽힌다. 특정 펀드가 청산요구를 받자 보유물량을 가격에 상관없이 한꺼번에 내놓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보통 펀드의 결산일은 12월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결산일이 11월인) 헤지펀드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특정 헤지펀드의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

또 환차익을 얻지 못한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떠났다는 해석도 있다. 도이치증권을 통한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액은 원-달러 환율이 1230∼1250원이던 6월 초부터 꾸준히 쌓였다. 만약 이때 국내 증시에 들어온 외국인이 환헤지를 했다면 ‘큰 재미’를 못 봐 한국을 떠나기로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 반면에 환헤지를 하지 않았다면 이미 환율로만 9∼11% 이익을 얻어 현물에서 일부 손해를 봐도 한국을 떠날 이유가 충분하다는 지적도 있다. 11일이 옵션 만기일이어서 옵션거래를 통해 선물을 매수하는 효과를 낼 수 있어 이날 ‘결행’했다는 설명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환율 합의를 이끌어낼 것 같지도 않고 이미 원화 절상률이 높다고 판단했다면 팔 이유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주가를 조종했다는 풀이도 있다. 풋옵션을 미리 사두고 주가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린 뒤 큰 이익을 얻었다는 것. 금감원과 한국거래소는 특정 세력이 시세조종으로 이익을 얻었는지 특별 심리에 착수했다. 큰 손실을 본 와이즈에셋자산운용도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점검에 들어갔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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