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기고]‘정부-기업간 공조’ 새 패러다임 열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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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6월 17일, 세계 대공황을 촉발하는 조치가 미국에서 취해진다. 의회가 2만5000개 농산물과 공산품의 관세율을 59%로 인상하는 법안에 서명한 것. 이 조치에 60여 개국이 최고 500%에 달하는 살인적인 보복관세로 맞불을 놓으면서 세계경제는 수렁으로 빠져든다. 역사의 아이러니는 미 농민들의 수출액이 1929년 18억 달러에서 4년 후 5억9000만 달러로 줄어들어 가장 큰 피해자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이는 세계 시장이 하나로 묶이면서 협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진원지도 미국이다. 위기초기에 세계 경제는 1930년대보다 더 큰 폭의 뒷걸음질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고난의 터널이 1년 정도로 짧았다. G20을 통한 국제공조로 서로가 협력하는 새로운 질서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경제위기 극복의 실마리를 찾았지만 숙제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재정확대와 저금리로 대표되는 정부의 부양책이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는 근본적인 치유책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수요를 자극한 데 머물러 언제든지 더블 딥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가 자생적 회복력을 되찾고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이 절실한데 그 ‘키 플레이어’는 민간기업일 수밖에 없다. 1930년대 대공황 극복의 주역도 나일론을 발명한 섬유, 화학, 자동차 기업 등이었다. 세계 정상급 최고경영자(CEO) 120여 명이 참가한 G20 비즈니스 서밋이 중요한 이유다.

더욱이 ‘정부-기업 간 공조를 통한 위기극복’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코리아 이니셔티브)을 제시하고 글로벌 차원에서 처음으로 각국 정상과 기업 CEO 간에 다자간 의견교환 채널을 만들었다는 것도 비즈니스 서밋이 주목받는 이유다. 시장이 통합되고 다국적 기업이 일반화되면서 특정 국가의 민관체제로는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데 한계가 있고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글로벌 이슈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식견을 갖춘 CEO와 전문가들이 3, 4개월간 주제별(4개 주제 12개 실무그룹)로 논의를 거쳐 보고서를 만들고 정상과의 대화를 통해 G20 정상회의에 반영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한 것도 단순히 ‘아이디어 교환의 장’에 머물고 있는 다보스 포럼이나 보아오 포럼과 차별화되는 요소다.

서밋에 참가한 페터 브라베크 네슬레 회장은 “한국 정부가 비즈니스 서밋을 통해 G20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면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콘셉트가 G20 프로세스로 제도화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2010년 11월 10일은 ‘코리아 이니셔티브’가 세계경제 위기 극복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출발점이다.

오영호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 조직위 집행위원장·한국무역협회 상근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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