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네, 안녕하십니까” 114 전화안내 서비스 75주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5일 0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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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가 시작된 지 올해로 75주년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놀라움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5일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를 담당하는 KTCS에 따르면 국내에서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가 도입된 시기는 경성중앙전화국 교환방식이 자동식으로 바뀐 1935년 10월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비스가 도입된 1935년 10월 전화 가입자 수는 불과 4만 명. 안내번호는 114가 아닌 100번이었다.

75년이 흐른 지금에 이르기까지 전화번호 안내 방식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특히 흥미로운 변화로는 인사말이 꼽힌다.

1935~1970년대에는 "네~"였다가 1980년대에는 "00호입니다"라는 사무적 응대로 바뀌었다. 책임 있는 상담을 위한 변화였다는 설명. 고객들 역시 문의를 마치면 바로 전화를 끊는 식이어서, 그야말로 군사정권 당시 문화에 어울리는 `속전속결'을 반영했다.

1990년대에는 다시 "네~"로 회귀했으나 두톤으로 나뉘는 독특한 "네~네"로, 과거와 차별화됐다. 독특한 억양이 재미있어 이를 기억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1997년 들어서면 가장 흔히 기억되는 "안녕하십니까?"가 등장한다. `솔' 음정으로 시작하는 말투와 방식이 상당한 파격이어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코미디물의 소재로도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이후 2006~2009년 말까지 "사랑합니다 고객님", 지난해 상반기 동안 "편리한 정보 114입니다", 지난해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안녕하십니까?" 등으로 잦은 변화를 시도해온 이래 현재 쓰이는 인사말은 "반갑습니다"이다.

긴 역사를 가진 만큼 상담에 얽힌 에피소드들도 무궁무진하다.

부산사업단 조혜경 상담사가 직접 체험한 사연을 올려 지난 2005년 에피소드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사례는 대표적이다.

한 남성 고객이 맨홀에 빠져 너무 당황한 나머지 114에 전화를 걸었는데 문의했던 내용이 "114죠? 119가 몇 번인가요?"였다는 것.

충북사업단 남미현 상담사는 2007년 공모전에서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는 인사말에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다"며 울음을 터뜨린 한 할아버지와의 통화에서 눈시울을 붉힌 사연을 소개했다.

이같이 오랜 전통을 지니며 콜센터의 '대모 격'으로 자리한 114 안내이다 보니 상담직원의 이직률은 일반 콜센터의 5분의1 수준인 2% 미만이라고 KTCS 관계자는 전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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