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업계, 신사업 진출 경쟁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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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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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친환경 물처리… OCI→첨단 단열재… SKC→LED·태양광

“화학업체의 변신은 무죄.”

올해 상반기 좋은 경영실적을 올렸던 국내 화학업체가 또 다른 ‘변신’에 나서고 있다. 변화가 빠른 업계의 특성을 감안해 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이미 신사업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

대표주자는 태양광산업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 이 기업은 폴리실리콘 생산 분야에서 전 세계 3위이며 국내에서는 독보적인 1위 기업이다. OCI는 최근 전북 새만금산업단지에 태양광분야 등에 향후 10년 동안 1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OCI는 폴리실리콘 생산에 머물지 않고 이미 건축물 단열재시장에 진출했다.

OCI는 고성능 진공단열재(VIP)를 생산하기 위해 총 40억 원을 투자해 전북 익산에 연간 생산능력 20만 개(16만 m²) 규모의 공장을 완공했다. OCI가 생산하는 VIP는 스티로폼 등을 이용한 기존 단열재보다 8배 이상 단열성이 높은 제품이면서 부피는 오히려 작아 건축물의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직까지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 단점. 현재 VIP를 생산하고 있는 국내 업체는 KCC와 LG하우시스 정도다. OCI 관계자는 “앞으로 건축물의 친환경 기준이 강화되면 단열재시장이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매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미래를 내다본 투자”라고 강조했다.

제일모직은 변화의 폭이 더 크다. 제일모직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멤브레인’을 개발해 친환경 수(水)처리 사업에 진출할 방침이다. 멤브레인은 액체 또는 기체 등의 혼합 물질에서 원하는 입자만을 선택적으로 투과해 분리하는 기능을 가진 일종의 얇은 막이다. 제일모직은 이미 3월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환경 기자재의 제조, 가공, 판매 및 시공업’을 추가한 바 있다. 제일모직은 올해 초 의왕연구개발(R&D)센터에 멤브레인 R&D를 위한 파일럿 생산 공장 설비를 구축했으며 올해 말까지 구체적인 사업기반을 확보할 예정이다.

제일모직은 또 페트병을 컴퓨터 모니터, 휴대전화 외장재, 자동차용 소재로 재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을 개발해 페트병 재활용 사업에도 진출했다.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PCM수지는 활용 범위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친환경 전자제품에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추세여서 향후 PCM수지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외에도 SKC는 태양광, 발광다이오드(LED) 등 무기(無機) 소재 분야를 새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자회사인 SKC솔믹스를 통해 LED와 폴리실리콘 웨이퍼 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것. SKC솔믹스는 최근 584억 원을 들여 LED, 태양전지용 웨이퍼 공정을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전통적으로 제조기업으로 인식돼 온 삼성석유화학도 독자 공정을 확보해 이를 수출하는 지식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삼성석유화학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화학기업인 사빅의 계열사와 공정 효율화를 위한 12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화학업체 관계자는 “학문의 특성상 화학은 전 산업의 근간이 된다”며 “뒤집어 생각하면 화학업체의 신사업 진출 범위가 상당히 넓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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