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 견제와 차별에 속앓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국토부서 업무 위탁 받는 항공협회 가입 거부 당하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티켓박스 배분도 불이익

올해 상반기에 좋은 경영 실적을 올리며 성장하고 있는 저가 항공사들이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10일 저가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항공시장 전반에 걸쳐 기득권을 쥐고 있다 보니 여러 가지 차별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비행기를 이용하려는 이용객들의 선택권이 보장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 저가 항공사는 진에어, 에어부산, 제주항공, 이스타항공과 9월 운항을 시작한 티웨이항공까지 총 5개다. 올 상반기에 저가 항공사들이 모두 전반적으로 좋은 성과를 냈지만 차별이나 불합리한 관행들이 없었다면 더 좋은 성과를 냈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먼저 국내에서 유일한 항공사협회인 ‘한국항공진흥협회’는 회원사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뿐이다. 2005년까지는 다른 항공사가 없었기 때문이지만, 2005년 한성항공을 시작으로 저가 항공사들이 5개까지 늘어난 지금까지도 회원사는 늘지 않고 있다. 티웨이항공의 한 관계자는 “9월 새로 출범한 티웨이항공도 협회에 전화로 가입의사를 밝혔으나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지금까지 협회 가입을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 협회는 항공업무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로부터 각종 업무를 위탁받고 있으며 동시에 항공 정책 방향과 직결되는 여러 연구 용역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이용객들이 김포공항에서 비행기 표를 구입하는 티켓박스 수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포공항의 티켓박스는 대한항공이 18개, 아시아나항공 8개, 제주항공 4개, 이스타항공이 4개를 사용하고 있다. 김포공항 측에서는 김포공항에 각 항공사가 공급하는 좌석수를 기준으로 배분한다고 설명하지만 9월 6∼12일 기준으로 공급 좌석은 대한항공이 약 4만 석, 아시아나 2만2000석, 제주항공 1만2000석, 이스타 1만6000석 등이다. 이스타항공은 대한항공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좌석을 공급하지만 티켓박스는 5분의 1 정도다. 저가 항공사 관계자들은 “대형 항공사만 우대하는 항공산업 전반에 걸친 관행이 해결되지 않으면 저비용으로 무장한 외국의 저가 항공사에 항공 주권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 “저가항공사 영업활동 방해 과징금 100억 원”
▲2010년 3월11일 동아뉴스스테이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