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거주용 ‘그린홈’ 주택, 동탄 ‘제너하임’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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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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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엔 태양광 집광판 땅속엔 지열난방 시스템 내부엔 우주복소재 단열재
전기요금 ‘제로’… 발전소 같은 하우스

냉난방 급탕 에너지를 100% 스스로 충당하는 ‘그린 홈’인 대우건설의 ‘제너하임’. 태양광 발전, 태양열 급탕, 연료전지 발전기, 우주복 단열 기술 등 모두 70가지의 친환경·에너지 기술이 적용됐다. 에너지 사용량보다 생산량이 많아 ‘집’이라기보다는 ‘작은 발전소’에 가깝다. 사진 제공 대우건설
냉난방 급탕 에너지를 100% 스스로 충당하는 ‘그린 홈’인 대우건설의 ‘제너하임’. 태양광 발전, 태양열 급탕, 연료전지 발전기, 우주복 단열 기술 등 모두 70가지의 친환경·에너지 기술이 적용됐다. 에너지 사용량보다 생산량이 많아 ‘집’이라기보다는 ‘작은 발전소’에 가깝다. 사진 제공 대우건설
냉난방, 급탕에 필요한 전기요금이나 관리비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으며 사람이 실제 들어가 살 수 있는 ‘그린 홈’이 등장했다. 그동안 건설사들이 연구나 관람 목적으로 전시관이나 대학 캠퍼스 등에 그린 홈을 지은 적은 있으나 실제 거주가 가능한 집을 지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오후 4시 반경 경기 화성시 동탄면의 타운하우스 ‘푸르지오 하임’. 2층짜리 단독 주택이 모여 있는 이 타운하우스 한가운데에 다른 집과 겉모습이 다른 주택 한 채가 눈에 띄었다. 이 집의 이름은 ‘제너하임’. ‘제로 에너지(ZEro eNERgy)’와 독일어로 집이나 고향을 뜻하는 ‘하임(HEIM)’의 합성어다.

○ ‘집’이 아니라 ‘작은 발전소’

대우건설이 지은 이 집은 주황색과 베이지색이 알록달록 무늬를 낸 다른 집과 달리 2층 지붕이 태양광 집광판으로 덮여 있었다. 집광판 위쪽으로는 수십 개의 유리병을 나란히 세워 놓은 모습의 태양열 급탕시스템이 세워져 있었다.

태양광 집광판은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꾼 뒤 충전지에 저장해 뒀다가 필요에 따라서 에어컨이나 히터 등을 가동할 때 사용하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의 일부였다. 태양열 급탕 시스템은 태양열 등 외부의 열을 모아두었다가 이 열로 물을 끓여 온수를 제공하는 기능을 제공했다.

이처럼 태양열과 태양광 외에도 제너하임에는 △지열난방 시스템 △연료전지시스템 등이 갖춰져 있었다.

지열난방 시스템은 땅속에 박힌 파이프를 통해 4계절 내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지열을 끌어낸 뒤 히트펌프를 이용해 이를 찬 공기와 더운 공기로 분리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때 분리된 찬 공기는 냉방에, 더운 공기는 급탕에 사용하는 것이다.

연료전지는 도시가스에서 분리한 수소를 화학반응을 통해 직접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생산된 전기는 태양광 발전시스템에서 만들어진 전기와 합쳐져 냉난방기를 돌리거나 조명, 가전제품 등을 작동시킨다.

이처럼 제너하임은 하나의 ‘작은 발전소’와 같은 기능을 갖췄지만 아무리 전기와 에너지를 많이 생산해도 생산량보다 소비량이 많다면 외부 에너지원을 돈 주고 사는 수밖에 없다.

○ 우주복 기술 이용한 단열재


대우건설은 제너하임의 에너지 소비량을 생산량 이하로 줄이기 위해 건물 자체의 단열 성능을 높였다.

단열재를 건물 내부에 덧대는 게 아니라 외부를 감싸는 ‘외단열 시스템’을 적용했다. 단열재로는 우주복 제작에 사용되며 기존 단열재보다 열전도율이 50% 이상 낮은 ‘에어로젤 단열재’와 ‘진공 단열재’ 등을 함께 사용했다.

창문을 통해 새어나가는 에너지를 막기 위해 일반 유리 대비 자외선 차단율 95% 이상, 단열 성능은 30% 이상 뛰어난 ‘로이 반사 유리’와 겹유리 사이의 공기를 모두 빼 내고 아르곤, 크세논 가스 등을 주입해 일반 복층 유리보다 냉난방비를 50% 이상 절감해 주는 ‘진공 로이 유리’로 창을 만들었다.

실제로 이날 유리창 바깥쪽과 안쪽에 설치된 온도 센서가 측정한 표면온도는 각각 섭씨 30.6도와 20.5도로 10도 이상 차이가 났다. 건물 내부에서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 등이 만든 전기가 작동하는 에어컨이 돌아가고는 있었지만 유리창 안쪽과 바깥쪽의 표면온도가 이처럼 크게 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제너하임에는 이 밖에 실시간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바이오 그린 벽지, 친환경 텃밭, 고기밀 현관 방화문 등 모두 70가지의 그린 홈 기술이 적용됐다. 전용면적 189.85m²인 제너하임은 이 기술을 통해 한 달 평균 230kWh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 태양광과 연료전지 시스템 등이 생산하는 전력은 월평균 624kWh.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같은 면적의 아파트에서 소비하는 월평균 전력량이 약 700kWh이므로 제너하임은 매달 154kWh의 전기를 ‘생산’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계산이며 실제 입주민의 생활습관에 따라 에너지가 더 남을 수도, 부족할 수도 있다는 게 대우건설 측 설명이다.

주택상품설계팀 이희성 부장은 “9월 1일부터 매 주말 1박 2일씩 직원 가족들을 제너하임에 살게 하고 11월경부터는 일반인의 신청을 받아 콘도처럼 운영할 계획”이라며 “이 과정에서 집 곳곳에 설치된 센서가 수집하는 에너지 소비량을 집계한 뒤 이를 바탕으로 기술을 보완해 2020년경 ‘제너하임’을 일반 분양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화성=나성엽 기자 cpu@donga.com

제너하임 정원을 비추는 하이브리드 보안등(왼 쪽). 날씨에 따라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작동한다. 지열난방시스템(가운데). 연중 기온이 일정한 땅속의 공기를 끄집어내 히트펌프로 열을 분리한 뒤 난방과 급탕에 사용한다. 제너하임의 실시간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오른쪽). 사진 제공 대우건설
제너하임 정원을 비추는 하이브리드 보안등(왼 쪽). 날씨에 따라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작동한다. 지열난방시스템(가운데). 연중 기온이 일정한 땅속의 공기를 끄집어내 히트펌프로 열을 분리한 뒤 난방과 급탕에 사용한다. 제너하임의 실시간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오른쪽). 사진 제공 대우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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