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기자의 쫄깃한 IT]마마보이? 이젠 인터넷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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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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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먹을까요… 무얼 할까요…”

“자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밥때가 되면 한 번쯤 이런 갈등을 겪었을 겁니다.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적용하면 “프라이드치킨? 아니면 양념치킨?”쯤 되겠죠.

치킨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소위 ‘지식인’이라 불리는 인터넷 포털 지식 공유 사이트에서도 이어집니다. 네이버 내 치킨 관련 질문은 8만 건에 육박합니다.

하루 방문객 10만 명 이상인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새로 나온 운동화 A, B 사진을 나란히 놓고 “님들아 A, B 추천 좀”, 소개팅 상대 ①과 ②의 프로필을 적고 “어느 쪽과 사귈까요?” 같은 글들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최근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궁금한 게 생기면 일단 인터넷에 올리고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네이버는 문자메시지처럼 질문을 작성한 뒤 휴대전화로 보내면 질문에 대한 답변이 등록되는 ‘실시간 지식인’ 코너를 4월부터 시작했는데 “지금 소개팅 나왔는데 1차 밥 먹고 2차는 뭐 하죠?” “지금 소화가 안 되는데 사과 먹어도 되나요?” 등 즉흥적으로 올리는 질문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트위터 같은 140자 단문 블로그를 통해 궁금한 것을 올리다 보니 질문 자체가 짧고 간결해지는 경향도 생깁니다. 네이버만 해도 이런 유의 글이 모바일을 통해 하루 4000건 이상 게시된다고 하네요.

“그런 것 하나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냐”며 못마땅해하는 어른들도 있을 겁니다. 자신의 취향까지 남들에게 물어보고 허락을 구하는 모습이 철없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그만큼 ‘인터넷 의존도’가 높아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사실 “저 오늘 치킨 먹을까요?” 식의 질문을 던지는 누리꾼도 진지한 답변을 요구하진 않습니다. 이런 글을 자주 올리는 제 지인은 “가끔 누리꾼들은 내가 모르는 치킨 브랜드나 새로운 메뉴를 알려준다”며 “치킨을 선택하는 데도 ‘집단지성’이 있다는 게 놀랍다”고 말합니다.

다만, 집단지성을 어디까지 신뢰할 것인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최근 “천안함 사건의 원인은 뭔가요?”라는 질문에 전문가를 자처한 수많은 사람이 심도 있는 분석을 내렸죠. 문제는 그 속에는 유언비어도 상당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유명 경영 칼럼니스트 제임스 서로위키 씨는 저서 ‘대중의 지혜’를 통해 “답은 천재가 아닌 대중이 쥐고 있지만, 집단이 항상 옳은 답을 주지는 않고 평균적으로 개인보다 더 나은 해답을 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네이버가 의사, 변호사, 노무사 등 2000명이 넘는 전문가들을 초빙해 지식인 답변을 달게 하는 것도 집단지성을 전문가 지성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죠.

그런 의미에서 저도 치킨 전문가님들에게 묻겠습니다. 오늘 저녁으로 치킨, 괜찮을까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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