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사채업자 쌀 현금화해 고리업 이익챙겨”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4일 0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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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로 쌀산뒤 헐값에 되팔아 사채업 `종자돈' 조성

시장교란 불구 증거.처벌조항 못찾아..당국 비상

폭력조직과 사채업자들이 카드로 쌀을 대량 구매한 뒤 '막팔기(투매)'를 통해 현금화해 이를 종자돈으로 고리의 사채업에 활용하고 있다는 첩보가 접수돼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같은 '카드깡' 방식을 통한 쌀 막팔기는 최근 불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쌀시장을 교란시키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농정 당국의 애를 태우고 있다.

하지만 폭력조직과 사채업자들의 쌀 카드구매와 쌀 막팔기, 쌀 현금화를 통한 사채업 영위에 대해 현행법상 뚜렷한 처벌 규정이 없어 사법당국의 관심이 요구된다.

14일 농림수산식품부와 쌀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당수 폭력조직과 사채업자들이 본인 또는 타인의 카드로 산지 미곡종합처리장(RPC)을 통해 상당량의 쌀을 구입한 뒤 이를 대형 슈퍼마켓이나 중대형 쌀판매상에게 구입가보다 낮게 팔아 현금화하고 있다는 첩보가 농정당국에 접수됐다.

특히 폭력조직과 사채업자들은 쌀을 싼값에 팔아 조성한 현금을 종자돈으로 합법 또는 불법 사채시장에 유통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를 들어 본인 또는 타인의 카드로 RPC를 통해 500만 원 상당의 쌀을 산 뒤 대형 슈퍼마켓 등에 구입가보다 싼 450만 원만 받고 되팔아 현금화해 이 돈을 사채업에 돌려 상당한 이자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얘기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쌀은 항상 수요가 존재해 환금성이 좋다는 점을 악용해 폭력조직과 사채업자들이 카드깡 방식으로 쌀을 구매하고 현금화한 뒤 이를 사채업에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도 "쌀 중간도매인들로부터 폭력조직과 사채업자들이 카드깡 방식으로 쌀 유통시장에 개입해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우선 서울 강서 지역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동향을 파악, 내밀하게 실상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들은 쌀 가격이 낮을 때 구입해 보관하다 '깡'을 하더라도 손해가 적은, 쌀 가격이 높아질 때를 기다려 되팔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로 인해 쌀 유통시장이 교란돼 결국 쌀값 하락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이같은 행태를 처벌할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게 문제.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행 '양곡관리법'과 '농산물 가격안정관리법'은 양곡가공업에 대해서만 등록·신고하도록 정하고 있을 뿐 양곡판매업은 사실상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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