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특강] ‘불편한 10년’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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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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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수명 78.6세인데 건강수명은 68.6세

《‘큰 병이 나면 어떻게 하나…?’ 은퇴자들이 가장 크게 걱정하는 문제 중 한 가지로 꼽힐 만한 항목이다. 나이가 들면서 심신이 약해져 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데다 과거에는 영문을 모르고 겪던 불편함이 의료기술의 발달로 질병으로 확정되는 사례도 많아진다. 이 때문에 노후자금을 준비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 의료비이다.》

■ 노후생활 최대 변수 ‘의료비’

노인인구 1.4배 늘어날 때
의료비는 3배 가까이 증가
의료비보험 선택 아닌 필수

특히 평탄하던 은퇴 생활을 갑작스럽게 뒤흔드는 변수는 생활비 부족이라기보다는 목돈이 들어가는 큰 병치레라고 할 수 있다. 자녀들에게 은퇴한 부모의 병 수발과 치료비 조달을 모두 맡기는 일도 예전만큼 쉽지는 않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은 요즘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노후에 사용할 의료비를 미리 준비해야 할 배경과 요령을 살펴본다.

○ 기대수명보다 건강수명이 중요

건강수명은 몸이나 정신이 불편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기간을 기대수명에서 뺀 기간을 말한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누워 지내지 않고 꾸준하게 활동하면서 지내는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기대수명은 2001년 76.5세에서 2005년 78.6세로 2.1세 늘어났다. 반면 건강수명은 같은 기간에 67.4세에서 68.6세로 1.2세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도 2001년에는 9.1년에서 2005년 10년으로 늘어났다. 즉 건강이 나빠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기간이 증가했다는 뜻이다.

이렇다 보니 노인 의료비 부담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건강관리를 위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평생을 탈 없이 보내는 사람은 정말 찾기 힘든 실정이다. 여기에는 고령화 사회의 일반적 특징인 건강에 대한 관심 확대와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 수의 증가, 의료서비스 가격의 상승 등이 서로 얽혀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노인 인구는 2001년 322만 명에서 2007년 439만 명으로 1.4배 늘었다. 그러나 노인 의료비는 같은 기간에 2조3565억 원에서 6조9537억 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 편안한 노후생활의 두 기둥


노후생활을 여유 있게 보내려면 2가지의 노후자금이 필요하다. 바로 생활비와 의료비를 말한다. 이 중 생활비는 매달 쓰는 규모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고 돈이 모자라면 절약하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물론 생활자금을 준비하는데 본인이 언제까지 살 수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문제가 따르기는 한다. 이 점에 대비하기 위해서 사망할 때까지 생활비를 지급하는 각종 연금에 미리 가입해 두면 도움이 된다.

이에 반해 의료비는 언제 아프거나 다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필요한 시기를 예측할 수 없다. 난치병에 걸리거나 심한 부상을 당하면 짧은 기간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 더구나 생명과 관련된 돈이기 때문에 지출 규모를 쉽게 줄이기도 아주 어렵다.

의료비는 이러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생활비와는 다른 방법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럴 때 의료비보험 상품들을 비교해 가입하면 좋다. 건강할 때는 의료비보험에 납입하는 보험료가 아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따져보면 의료비 보험료는 불필요한 비용이 아니라 노후생활을 지켜주는 든든한 투자라는 점을 알게 된다.

○ 의료비보험의 두 가지 형태

의료비보험은 크게 정액보상보험과 실손보상보험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두 가지 보험 상품 모두 장단점이 있으므로 적절하게 섞어서 가입하면 불시에 써야 할 의료비를 충당하기 쉬워진다.

정액보상보험은 특정 질병에 걸리면 일정한 보험금을 받기로 하고 계약하는 상품이다. 예를 들면 보험금이 3000만 원인 암 보험에 가입했다고 하자. 이 가입자가 암에 걸리면 계약에 따라 약속된 보험금 30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식이다. 이러한 정액보험은 한 번에 목돈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보험금이 물가상승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단점이 따른다. 보험에 가입할 때 3000만 원은 큰돈일 수 있다. 그러나 가입한 뒤 10년이나 20년이 지나 암에 걸렸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암 치료비는 물가상승과 비례해 늘어나지만 보험금은 그대로여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에 비해 실손보상보험은 병원에 실제로 내야 할 비용을 보험사가 지급해주는 상품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면 자연히 보장하는 금액도 증가하기 때문에 정액보상보험이 지니는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실손보상보험은 일정 기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새로 계약할 때마다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으므로 가입할 때 이 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퇴직연금교육센터장

정리=이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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