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규모 서민대출 무산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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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7월 개시”… 대부업계 “제도권 금융회사와 고객정보 공유 않겠다”

대부금융협 “대출정보 공개하면 서민고객 상당수 피해”
저축은행들 “대출정보 알아야 연체피해 최소화”

대부업체 고객의 신용정보를 제도권 금융회사와 공유하는 방안을 대부업계가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7월부터 시작되는 총 10조 원 규모의 서민 보증부 대출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4월 초 ‘서민금융 지원대책’을 발표하면서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대부업체의 고객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대부금융협회는 20일 고객의 정보를 저축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와 공유하라는 금융당국의 권유를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대부업체 이용고객 10명 중 6명이 제도권으로부터도 대출을 받고 있다”며 “정보가 공유되면 당장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회수하거나 한도를 줄여 서민들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도권 금융회사들은 대부업체의 신용조회 기록만 있어도 대출을 꺼리는 실정이다. 대부업체 이용고객이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은 금액은 약 12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업계는 저축은행 등과 정보를 공유하기보다는 차라리 자신들이 직접 정부가 주도하는 서민금융에 나서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양석승 대부금융협회 회장은 “서민금융 분야에서는 대부업체의 시스템과 인력이 제도권보다 앞선다”며 “정부가 지원해준다면 우리가 더 낮은 금리로 서민 보증부 대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5년간 10조 원의 서민 보증부 대출을 상호금융회사와 저축은행을 통해 빌려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 회사는 저신용자 대출을 위해서는 대부업체의 신용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85%를 보증하더라도 15%의 위험은 자신들이 떠안기 때문에 고객이 기존 대부업체로부터 얼마나 대출을 받았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연체율을 고려하면 20% 이하 금리로는 손해를 본다는 회사가 많다”며 “연리 10%대로 대출해주려면 고객의 대부업체 대출 정보를 포함한 정확한 신용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인 서민 보증부 대출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은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거의 갖고 있지 않다”며 “무작정 대출해줬다가 부실이 나면 피해는 고스란히 저축은행이 떠안게 되기 때문에 신용정보 공유 없이 서민금융에 나설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원칙적으로 신용정보는 공유돼야 한다고 판단하지만 대부업체 주장처럼 정보가 공유됐을 때 일부 서민의 피해도 예상되기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현재는 대부업체가 신용정보를 자율적으로 제공하지 않으면 이를 강제할 법 규정도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부업체의 고객정보 공유는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대책”이라며 “서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살펴본 뒤 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서민 지원’이라는 실적을 내세우기 위해 철저한 준비 없이 성급하게 정책을 내놓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금융정책 발표 전부터 대부업체 정보 공유의 필요성을 놓고 논란이 많았다”며 “금융당국이 이 문제를 먼저 매듭짓지 않은 채 설익은 정책을 내놓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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