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광고 ‘그들만의 법칙’… □이야기 꺼내는 순간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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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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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자체에 시선 집중되게
유명인이나 연예인 모델 사절

방송보다 신문 선호
꿈-로망-압도-섹시 등
욕망 자극하는 표현으로 다가가

“브랜드 이미지 중요…가격-판매 조건 가급적 제시 안해”


《국내 시장에서 수입자동차의 월간 판매량이 3, 4월 연속으로 최고 기록을 세우면서 수입차회사들의 광고전에도 불이 붙었다. 수입차 대중화와 함께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광고 전략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는 게 수입차업계의 이야기다. 그런가 하면 브랜드 이미지를 먹고사는 고가 제품으로서 국산차 광고와는 다른 수입차 광고만의 특성도 있다. 수입차 광고의 특징을 인쇄광고 위주로 살펴봤다. 수입차업체들은 전통적으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방송보다는 중년 남성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보는 신문·잡지 등에 내는 광고를 선호해왔다.》

○ 고급스럽게 욕망을 자극하라

고급 사치재라는 속성상 수입차 광고는 허영심과 같은 속물스러운 욕망을 ‘고급스럽게’ 자극할 수밖에 없다.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포드 ‘신형 토러스’의 인쇄광고 카피는 ‘섹시한 스타일을 탐낸 이유가 아내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라는 문장이다. 포드코리아 측은 “가족을 위한 차라는 뜻”이라고 설명하지만 ‘이성을 유혹하기에 좋다’는 중의적 의미가 담겨 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혼다 ‘어코드’의 광고 문구인 ‘리더의 선택’처럼 사회적 인정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는 사례도 흔한 편이다.

대상이 되는 욕망이 ‘젊은 시절의 꿈을 되찾는 것’일 수도 있다. 인피니티 ‘G37’ 시리즈 광고 문구 중에는 ‘세 번째로 내가 시작한 건 해적이 되는 것’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 광고는 잠재고객이 처음으로 포기한 것이 해적, 두 번째로 포기한 것이 남들과 다른 속도, 세 번째로 포기한 것이 ‘드림 카’라고 주장하며, 드림 카인 G37 시리즈를 사서 남들과 다른 속도로 달리면 해적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유혹한다. 한국닛산 측은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무법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있다”며 “G37 시리즈는 이들이 꿈꾸던 로망을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여기에 차량의 ‘캐릭터’를 전보다 강조하는 것이 추세”라고 설명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수입차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전과 같지 않다 보니 원하는 잠재고객층에게 더 잘 먹혀들 수 있는 메시지를 개발하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볼보코리아의 해치백 ‘C30’과 세단 모델인 ‘S80 D5’ ‘S80 T6’ 광고는 잠재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차량을 연결하는 콘셉트나 광고 문구의 형식은 통일돼 있지만 내용은 판이하다. C30 광고는 ‘화려한 문신, 해진 청바지, 젊음’을 강조하는 반면 S80 D5는 ‘성공의 진로를 방해하는 사소한 위험은 볼보만의 첨단 기술이 지켜줄 것’이라고 말한다. 같은 세단 모델인데도 S80 T6는 ‘경쟁자를 압도하는 속도와 힘’을 강조한다.

○ 가격 얘기, 사람 모델은 없어


도요타 ‘캠리’, 폴크스바겐 ‘골프’, 메르세데스벤츠의 ‘E300’ 등 최근 베스트셀링 카들의 성공 요인은 모두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썼다는 점이지만 수입차 광고에서 ‘거품을 뺀’이라든가 ‘실속 있는’이라는 등 가격 요소를 강조하는 표현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 프리미엄 브랜드 관계자는 “솔직히 광고에서 가격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망하기 시작할 걸로 본다”고 말했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지키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아예 가격이 써 있지 않은 수입차 광고도 흔히 볼 수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같은 이유에서 사양이나 판매 조건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편이다. 대중 브랜드들은 간혹 프로모션 내용들을 알리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기술 등 다른 요소들을 강조하는 데 무게를 둔다. 간혹 그 달의 할인 행사나 가격을 전면에 내세우는 수입차 광고도 볼 수 있지만 수입차회사가 아닌 판매업체(딜러)들이 낸 광고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유명인 또는 연예인 모델을 거의 쓰지 않는다는 점도 수입차 광고가 다른 제품이나 국산차 광고와 다른 점이다. 광고 모델보다 차량에 눈길이 가는 게 더 낫고, 공들여 가꾼 브랜드 이미지가 실제 인물이 갖는 복잡한 이미지와 섞이는 것을 피하려는 판단에서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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