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 상장 첫날 ‘화려한 신고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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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10분만에 2200만주 ‘거래 폭발’
거래대금 5797억으로 1위
시가총액 단숨에 29위로 뛰어올라
전기전자 업종에 편중된 증시
선진국형으로 레벨업 기반 마련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거래를 한 사람 10명 중 1명이 이 주식을 사고팔았다.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를 뛰어넘었고, 새내기 주식이 시가총액 순위 29위에 올랐다.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하루 종일 실시간 검색어 순위 5위권 안에 들었다. 이처럼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주인공은 바로 대한생명이다. 자산규모 56조 원으로 국내 생명보험업계 2위인 대생은 이처럼 자신의 등장을 떠들썩하게 알렸다.

대생의 상장으로 한국 주식시장은 생명보험이라는 새로운 업종을 형성하게 됐다. 5월 초 상장할 삼성생명,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는 교보생명 등 업계 ‘빅3’가 증시에 이름을 올리면 전기전자 업종에 편중된 한국 증시가 금융업종 비중을 높여 균형 잡힌 증시로 한 단계 레벨업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17일 오전 9시 대생은 공모가(8200원)보다 높은 시초가(8700원)로 출발한 뒤 150원(1.72%) 오른 8850원에 장을 마쳤다. 공모가가 워낙 낮았기 때문에 주가는 이보다 높게 형성될 것이라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시가총액으로는 현대제철을 제치고 29위.

무엇보다 거래가 폭발했다. 장이 열린 지 10분 만에 2200만 주가 거래됐고 하루 종일 6500만 주가 거래돼 유통 가능한 발행주식(1억7370만4000주)의 36%가 새 주인을 찾았다. 거래대금은 5797억 원으로 이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날 거래를 주도한 건 개인투자자들로 무려 1591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반면 외국인투자가는 503억 원, 기관투자가는 1036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현대증권 이태경 연구원은 “공모가 대비 첫날 주가가 벌써 8% 가까이 올라 차익을 실현하려는 기관이나 외국인의 매물이 많았다”며 “통상 기관이나 외국인은 상장 첫날 차익을 실현하거나 아주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극단적 형태를 보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제 투자자의 관심은 대생의 주가가 어느 선까지 오를 것인지에 쏠려 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8000∼1만 원을 오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삼성증권 장효선 책임연구위원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주가상승의 탄력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생보사들은 장기보험을 주로 취급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금리에 큰 영향을 받는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때 팔았던 15∼20년짜리 최고 10%대 후반의 고금리 상품들이 부담이다. 하지만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반대로 금리수혜를 볼 가능성도 크다.

신은철 대생 부회장은 이날 상장기념식에서 “주주에게는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고 고객에게는 최고 만족도를 주는 글로벌 생명보험사로 성장해 가겠다”고 말했다.

대생의 상장은 한국 증시와 한국 경제에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6개월 뒤부터 예금보험공사가 가진 지분을 증시에서 팔 수 있게 됨으로써 공적자금 회수의 청신호가 켜졌다. 주가가 1만743원을 넘어설 경우 예보는 대생에 투입한 공적자금의 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 예보가 보유한 물량(2억1496만 주)은 주가에 부담이지만 상장차익을 실현한다면 부실기업의 가치를 키워 상장 뒤 회수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게 된다.

▶본보 17일자 A3면 참조
[관련기사] 대한생명 오늘 상장… 공적자금과 ‘아름다운 이별’ 눈앞에

또 대형 생보사들이 잇달아 상장하면 전기전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았던 한국 증시가 선진국형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국제금융센터 이유선 연구위원은 “대생과 삼성생명 상장으로 한국 증시의 불균형이 해소될 수 있다”며 “52%에 이르는 빅3 생보사의 시장점유율 등을 고려할 때 생보사 상장은 해외투자가들의 관심도 충분히 끌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홍콩은 금융업종 비중이 50%를 넘는 등 선진국으로 갈수록 금융업종의 비중이 높아진다.

문제는 해외투자가들의 반응. 일본 다이치생명이 다음 달 1일 상장하는 등 세계적으로 생보사들의 상장이 잇따르고 있어 관심이 분산될 개연성이 있다. 이 때문에 대생 상장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해외투자가들은 국내 기관(9500원)보다 훨씬 낮은 8200원을 써낸 바 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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