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인기폭발 ‘SPAC’ 나도 한번 투자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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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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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증권가에는 ‘돈 빨아들이는 하마’가 있다. 개인들에게 인수합병(M&A) 시장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자 제도가 도입됐고, 증권사들이 앞 다퉈 만들고 있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가 그 하마다. 한 번 공모자금을 모집하면 1조 원이 넘거나 육박하는 자금이 몰려들고, 경쟁률도 168 대 1이나 되기도 한다. 올해 공모된 기업 17개 가운데 1조 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곳이 대여섯 군데다. 영위하는 사업도 없고, 사람도 없고, 오로지 3∼4명의 경영진과 돈만 있는 회사가 이렇게 ‘인기폭발’인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인들이 접하기 힘든 M&A 시장에 참여한다는 기대심리와 1호인 만큼 어떤 증권사든 전력을 다해 좋은 기업을 골라 M&A를 성공시킬 것이라는 믿음이 어우러져 폭발적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것. 더구나 만에 하나 M&A에 실패하더라도 원금은 거의 보장된다. 하지만 SPAC에 대해 일반 공모기업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투자한다면 낭패를 보기 쉽다. 일문일답을 통해 SPAC에 투자하는 요령을 알아본다.》

:SPAC이란?:
상장은 되어있지만 사업내용 없는 회사
증권사의 ‘중매’통해 미래 가능성 있는 회사 인수합병 노려
개미들도 투자 가능

자본금 규모-경영진의 M&A 내공을 잘 살펴라

[Q] 말이 어렵다. SPAC이 뭔가.
[A] 증시에 상장돼 거래가 되는 기업인데 사업내용이 없는 껍데기 회사라고 보면 된다.

[Q] 껍데기가 왜 인기가 많나.
[A] 지금 당장은 빈 회사이지만 미래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잘 골라서 M&A를 성사시키면 기업가치가 크게 뛸 수 있는 ‘한 방’이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 1호 SPAC의 안재홍 사장은 이를 두고 중매쟁이에 비유했다. “빚도 없고 호적도 깨끗하고 돈만 있는 신랑(SPAC)이 미래 가능성이 있는 신부(비상장기업)를 찾으려는 것이 SPAC의 활동”이라는 것. 증권사들은 그런 신랑과 신부를 맺어주는 중매쟁이라는 말이다. SPAC 제도가 정착되면 SPAC이 여러 기업을 M&A 할 수 있는 길이 터질지 모르나 현재까지는 SPAC과 피인수회사는 1 대 1로만 합병할 수 있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이 M&A 시장에 참여할 기회는 우회상장이라는 통로밖에 없었다. 큰손들이야 M&A부티크에 돈을 투자하기도 했지만 소액투자자들은 그럴 기회가 없었던 것. 우회상장은 문제가 많았다. 안 사장의 비유대로 하자면 숨겨둔 빚 등 문제가 많은 신부(비상장기업)가 돈은 없고 간판(증시에 상장)만 있는 신랑(상장기업)을 찾아서 하는 결혼에 소액투자가들이 투자를 한 셈이었다. 증시에 상장된다는 건 매출 규정 등 복잡한 상장규정을 다 만족시킨다는 뜻인데 결혼으로 신부를 검증할 기회를 놓쳤고, 투자자들은 분식회계 등 의외의 복병을 만나 손해를 보기도 했다.

설립 1년내 M&A 성사 땐 소득-법인세… 10년 여유 갖고 기다려야 인수된 기업 충분히 성장+알짜 과실



[Q] 많은 증권사들이 SPAC의 조건과 값을 다르게 매기고 있다. 도대체 뭐를 보고 투자에 나서야 하나.
[A] 현재 증시에 상장된 두 SPAC을 비교하면 가장 이해하기 쉽겠다. 마침 두 SPAC은 상장 대상과 규모 면에서 독특한 차별성을 갖고 있다. 대우증권 1호 SPAC은 자본금이 76억 원에 공모금액이 875억 원이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기 때문에 M&A 대상 회사도 유가증권시장에 올라갈 회사다. 반면 미래에셋증권 1호 SPAC은 자본금이 15억 원에 공모금액은 200억 원이다. 덩치로는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또 미래에셋은 코스닥시장에 상장됐기 때문에 당연히 코스닥시장을 노리는 기업이 대상이다.

SPAC에 인수된다는 건 다면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비상장기업 가운데 혼자서도 상장규정을 통과할 만한 자신과 여력이 있다면 웬만하면 SPAC에 인수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SPAC에 인수된다는 뜻은 대주주의 지분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SPAC들은 좋은 회사이지만 단독 상장할 만큼은 좋지 않은 회사를 먼저 찾아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금 규모가 중요하다. SPAC의 자본금이 크면 피인수회사의 대주주 지분이 많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얼핏 생각하면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은 그래서 인수대상 회사의 범위가 다를 것 같다. 하지만 두 회사는 공히 “시가평가로 1500억 원 정도 되는 회사가 대상”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 안 사장은 “지분희석을 두려워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에 자본금 규모가 적은 우리가 유리하다”고 자신했다. 대우증권 남기천 본부장은 “어차피 상장을 하면 대주주 지분이 20∼30%로 낮아지기 때문에 우리 자본금이 커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특히 대우증권은 1호 SPAC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큰 SPAC을 만들어 이미 상장돼 있고 기업 내용도 좋지만 자금사정 악화에 빠진 기업을 인수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SPAC을 구성하는 경영진이 얼마나 M&A 시장에서 네트워크가 많고 잔뼈가 굵었는지를 판단하는 것도 투자할 SPAC을 고르는 요령이다. 국내 M&A 역사가 일천하기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전문가 모시기 경쟁이 불붙었다. 신문기사 등을 통해 경영진의 스펙(spec)을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

주당 공모가격은 큰 차이가 없다. 어떤 증권사는 액면가 100원짜리를 6000원에 공모했다가 투자자들의 지탄을 받았는데 이는 내용을 모르고 퍼부은 비난. 증권사와 경영진으로 구성된 발기인들이 처음에 자본금을 투자하는데 공모가는 통상 발기인들이 주당 투자한 금액의 3∼3.5배 선에서 결정된다. 위 증권사도 발기인들이 액면가와 상관없이 2000원에 투자했기 때문에 다른 증권사들과 차이가 없다.

[Q] 많은 기사에서 SPAC에 투자하면 1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왜 그런가.
[A] SPAC은 상장된 이후 언제든 M&A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가 설립된 지 1년 안에 합병을 하면 차익에 대해 소득세, 법인세를 내야 한다. 따라서 SPAC 설립 이후 1년간은 합병을 하려 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얼마 전 상장된 두 SPAC이 상장되자마자 주가가 오른 것은 그런 점에서 코미디다. 많은 투자자들이 일반 공모기업 투자를 생각해서 상장 초기에 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서로 사고판 것으로 보이는데 곧 공모가 근처에서 값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1년 뒤 인수합병 소식이 들리면 시세가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짜 M&A 시장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피인수된 기업이 상장된 이후 기업이 커 나가면서 그 과실을 나눠먹을 것을 기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따라서 SPAC 투자는 10년을 내다보고 하겠다는 태도가 좋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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