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 자율성 아직 중학생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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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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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규제 따라가면 다시 초등생 될것”
■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금융산업 경쟁력 아직 약해
규제완화 기조 유지 밝혀

정부는 ‘볼커 룰’로 대표되는 미국의 금융규제 강화 방침을 따르지 않고 규제완화, 투자은행(IB) 비중 확대, 금융회사 대형화 등 기존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선진국보다 크게 뒤지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사진)은 3일 ‘위기 이후 한국 금융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미래 비전’ 국제세미나 개회사에서 “진입 규제 같은 사전적 규제나 영업 행위에 대한 규제를 외국처럼 일률적으로 강화하면 한국 금융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곽 위원장은 “미국, 영국 등 금융선진국은 금융규제가 느슨해 문제가 발생했고, 이에 따라 대학생 수준으로 허용했던 금융자율 정도를 고등학생에게 허용되는 수준으로 바꾸려 한다”며 “반면 우리는 그동안 금융규제가 강해 초등학생 수준의 자율만 허용해 왔고 일부 규제완화를 통해 중학생 수준으로 올라가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국제적 논의를 그대로 적용해 금융규제를 강화하면 우리의 금융자율화 정도를 초등학생 수준으로 되돌리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며 “선진국과 달리 투자은행 업무를 지금보다 넓혀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기조연설에서 “한국 금융이 처한 상황은 선진 금융시장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어 글로벌 차원의 흐름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진 위원장은 “미국의 새로운 규제 방안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으나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며 “한국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분리가 철저하고 은행에 대한 규제도 매우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현 금융위 사무처장은 이날 주제 발표에서 앞으로의 정책 방향에 대해 “국제기준에 어긋나는 규제는 과감히 완화하고, 스마트하고 더 나은 규제는 추가한다는 정책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며 “국내 금융산업의 특성에 맞는 전략을 수립해 글로벌 플레이어를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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