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앤락’ 김준일 회장 6000억 주식巨富로

  • Array
  • 입력 2010년 2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최고 밀폐용기 개발 비결
“김칫국물 샌 도시락서 힌트… 집념-끈기로 포기않고 연구”

최대 경쟁업체는 P&G“전세계에 락앤락 법인 갖춰… 종합생활용품 회사로 육성”

요즘 증권가에서는 김준일 락앤락 회장(58)의 성공 신화가 단연 화제다.

밀폐용기 국내 1위 업체인 락앤락은 지난달 28일 코스피시장에 상장돼 1일 공모가(1만5700원)를 넘은 2만1450원에 장을 마쳤다. 김 회장이 보유한 지분 2726만 주의 가치는 5847억 원으로 불어났다. 1978년 생활용품 수입상으로 사업을 시작한 김 회장은 증시 상장으로 6000억 원을 바라보는 거부(巨富) 반열에 올랐다.

1일 기준으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보유지분 가치는 1조2822억 원이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8333억 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6529억 원,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들 구광모 씨는 5283억 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한 김 회장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이들과 견줄 정도가 된 것.

하지만 그의 컴퓨터에는 주가를 확인할 수 있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깔려있지 않다. 상장 후 첫 임원회의가 열린 지난달 31일 IR 임원인 김성태 경영지원본부 상무를 제외한 모든 직원에게 사내에서 HTS를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 주가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제품 개발에 사활을 걸던 초심을 잃지 말자는 뜻에서다.

증시 상장으로 6000억 원에 육박하는 주식 부자가 된 김준일 락앤락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락앤락 본사 1층 직영점에서 락앤락 플라스틱 용기를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 회장은 1997년 손수 개발해 특허를 받은 4면 밀착형 밀폐용기로 이 회사를 104개국에 수출하는 세계적인 ‘강소(强小)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사진 제공 락앤락
증시 상장으로 6000억 원에 육박하는 주식 부자가 된 김준일 락앤락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락앤락 본사 1층 직영점에서 락앤락 플라스틱 용기를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 회장은 1997년 손수 개발해 특허를 받은 4면 밀착형 밀폐용기로 이 회사를 104개국에 수출하는 세계적인 ‘강소(强小)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사진 제공 락앤락
김 회장에게는 아내가 ‘산만하다’며 싫어하는 버릇이 하나 있다. 대화 중에도 끊임없이 락앤락 용기 뚜껑을 손으로 계속 여닫는 것이다. 용기의 밀폐력을 100%로 높이기 위해 뚜껑 날개와 용기를 연결하는 경첩(힌지·hinge)을 2년 넘게 실험하면서 생긴 습관이다.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출신인 김 회장에게 제품 개발의 비결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제품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집념과 끈기다. 어렸을 때 도시락에서 샌 김칫국물에 교과서가 젖었던 경험에서 소비자의 요구를 읽었고, 강한 의지로 포기하지 않고 오랜 시간 고민한 게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그러나 야심에 찬 신제품을 접한 시장의 반응은 썰렁했다. 한 손으로 눌러 닫는 밀폐용기 ‘타파웨어’ ‘러버메이드’ 등 외국산이 한국 가정의 냉장고를 점령한 상태였기 때문. 그는 해외 전시회 진출로 방향을 바꾸었다. 외국 바이어들에게 제품의 우수성을 설명하길 여러 차례, 2001년 6월 한 캐나다 바이어가 세계 최대 홈쇼핑 채널인 미국 QVC 방송을 통해 제품을 광고하자고 제안해 왔다. 락앤락 속에 지폐를 넣은 뒤 수조 속에 담갔다 꺼내도 물 한 방울 젖지 않은 것을 보여주자 준비해 간 5000세트가 순식간에 동이 났다. 국내로 돌아온 김 회장은 당시 LG홈쇼핑에서 방송 9회 연속 매진의 기록을 세우며 할인점 등 유통 채널을 확보했다. 현재 락앤락의 국내 밀폐용기 시장점유율은 59.7%에 이른다.

2003년 락앤락의 연 매출은 1000억 원을 넘어섰다. 김 회장은 2004년 중국 상하이(上海)에 법인을 설립한 뒤 중국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당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던 드라마 ‘대장금’의 양미경 씨를 광고 모델로 내세워 2년간 베이징(北京) 상하이 등에서 광고비 50억 원을 투입할 정도로 집중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에 대한 선호가 높아질 것이란 예측이 적중했다. 중국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을 직접 발로 뛰며 판매한 결과 지난해 베이징 상하이 두 영업법인에서만 매출액이 1000억 원을 넘었다. 2위 업체와의 매출액 격차는 2배 이상 벌어졌다.


“락앤락 용기에 세계를 담겠다”

락앤락은 올해 중국 내 11개 지사를 17개로 늘리고 동남아시아와 인도에도 진출해 현재 104개국, 7.2%인 세계시장 점유율을 2013년엔 17.8%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락앤락은 지금도 매년 전체 매출액의 5% 이상을 제품 개발비용으로 투입한다. 김 회장은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뼈를 깎는 고통이 따르지만 이런 제품들은 일단 나오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는 락앤락의 최대 경쟁업체가 어디냐고 묻자 세계적 생활용품업체인 P&G라고 답했다. 전 세계에 독립법인을 갖추고 해당 법인이 생산과 마케팅, 영업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제2의 P&G가 되겠다는 뜻이다.

김 회장은 “상장 차익은 단순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며 “상장기업 프리미엄으로 우수 인재가 더 모일 것이고 여력이 없어 진출하지 못하던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 중국을 제외한 밀폐용기시장의 성장성이 둔화되고 유사 제품이 많아 진입장벽이 낮다고 지적하는 데 대해 김 회장은 “깊고 넓게 성장하는 ‘T’자형 모델을 택해 종합생활용품 전문업체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 동영상 = 26세 ‘얼짱’ CEO, 인터넷 쇼핑몰 수십억 ‘대박’ 사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