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이트너 ‘월가 봐주기’ 곤욕

  • Array
  • 입력 2010년 1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AIG구제자금 중 620억 달러 16개 은행으로 들어가
하원 청문회 ‘우회 구제’ 비난… 가이트너 “대안 없었다”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해 9월 유동성 위기에 처한 미국 최대 보험회사 AIG에 구제금융을 결정했다. 월가의 금융회사들은 모기지 파생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DO)을 매입하면서 AIG로부터 부도위험에 대비한 보험상품인 신용부도스와프(CDS)를 매입했다. CDS 보험료를 내는 대신에 CDO 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AIG가 물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로 금융회사들이 매입한 CDO가 헐값이 됐고 AIG는 이를 다 보상해주다 부도가 나게 된 것. 미 재무부와 FRB는 AIG에 총 18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했는데 이 가운데 약 620억 달러가 CDS 계약에 따라 골드만삭스 등 16개 은행에 지급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는 AIG 구제금융으로 사실상 월가의 다른 은행들을 구제한 ‘우회(백도어) 구제금융’이며 국민 세금이 월가 구제에 사용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 의회가 청문회를 통해 사태의 진상 파악에 나서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 하원 정부개혁감시위원회는 27일 당시 AIG 구제금융을 집행한 뉴욕연방준비은행장이었던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을 청문회로 불러 자초지종을 따져 물었다.

가장 큰 논란거리는 두 가지다. FRB가 AIG 구제금융 가운데 거액이 다른 은행들로 흘러들어간다는 사실을 왜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느냐는 것과 AIG와 타 은행 간 CDS 계약을 왜 한 푼도 깎지 않고 전부 물어줬느냐는 것. 뉴욕연방은행은 당시 증권거래위원회(SEC)에 AIG 구제금융의 사용처 등 관련 정보를 비밀에 부쳐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AIG가 부도 위기에 처했고 정부 구제금융으로 파산 위기를 모면한 만큼 CDS 계약금의 일부만 지급됐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월가의 다른 은행들은 2008년 중반 CDS 계약을 판매한 보험사 SCA가 부도 위기에 처했을 때 CDS 계약의 14%만 받을 수 있었다. 에돌퍼스 타운스 하원 정부개혁감시위 위원장(민주당)은 이날 청문회에서 “AIG 구제금융은 납세자들이 희생한 대가로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들에 자금을 대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가이트너 장관이 뉴욕 연방준비은행장 시절 주도적으로 관여한 AIG 구제금융 결정이 납세자들보다 월가의 은행을 위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가이트너 장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을 재무장관으로 지명한 2008년 11월부터 AIG 구제금융과 관련된 일상적인 업무에서 손을 뗐다면서 어떤 역할도 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또 가이트너 장관은 미국 정부가 AIG에 구제금융을 제공하지 않았다면 “재앙이 일어났을 것”이라면서 “더 나은 대안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