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능력 최고 - 건설비용 최저… 한국원전 국제무대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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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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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일” 비판 딛고 투자
기술 자립도 95% 달성
대형사고 全無 안전성 입증
건설기간 경쟁국보다 짧아

반세기에 걸친 원자력 자립화의 노력이 한국 원전의 첫 해외 수출을 이뤄냈다. 광복 이후 한국은 제대로 된 발전소 하나 찾기 힘들었던 ‘전기의 불모지’였다. 그러나 지난 50년 동안 무수한 비판과 반대를 극복하고 일관되게 원전을 건설하고 기술을 개발하면서 마침내 원전 선진국으로 우뚝 섰다.

○ 주 80시간 일하며 한국형 원전 개발

한국의 원자력 역사는 1959년 원자력연구소가 설립되고 같은 해 국내 첫 연구용 원자로인 ‘트리가 마크II’가 기공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무한한 에너지’로 알려진 원자력 발전으로 가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1970년대 들어 석유파동을 경험한 박정희 정부는 연구에 그치지 않고 상업용 원전인 고리 원전 1호기 건설을 추진했고, 미국의 도움으로 1978년 고리 원전을 완공해 세계 21번째 원전 보유국이 됐다. 장인순 대덕클럽 회장(전 원자력연구소장)은 “고리 원전의 건설비가 당시 한국 정부 한 해 예산의 4배나 됐다”며 “무모한 일이라는 비판이 엄청났지만 박 대통령이 강한 의지로 극복하면서 오늘의 성공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기술 축적을 위한 노력도 눈물겨웠다. 1985년 원자력연구소를 중심으로 한국 표준형 원전을 개발한다는 계획이 수립됐다. 장 회장은 “당시 많은 연구원이 일주일에 80시간 이상 연구했고, 일부는 외국 연구소에 파견돼 밤새 일하다 그곳 보안요원들에게 걸린 적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결국 1996년 한국 표준형 원전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이 기술을 이용해 울진 원전 3호기를 우리 손으로 건설하면서 원자력 자립 시대가 열렸다.

○ 원전 이용률 세계 평균보다 14% 높아

원자력 발전소는 기계 전기 전자 등 부문별로 약 200만 개에 이르는 기기로 구성된 첨단과학의 집합체다. 또 원자로 설계와 핵심부품 원천기술, 그리고 원전 건설과 운영 능력 등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한국은 그 가운데 원전 건설과 운영 능력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1986년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신규 건설이 유보됐지만 후발주자인 한국은 꾸준히 원전을 건설하면서 경쟁력과 전문 인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기술 자립도도 95%로 높은 편이다. 한국이 원전에서 없는 5%의 기술은 원자로 설계 코드, 냉각제 펌프 기술, 원전제어계측 장비 기술 등이다. 그 때문에 이번 한국 컨소시엄에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포함됐다.

한국은 1978년 1호 원전 이후 거의 매년 1기의 원전을 건설해 현재 총 2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이번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사업 발주처인 UAE 원자력공사의 무함마드 함마디 사장은 “한전컨소시엄이 보여준 세계적 수준의 안전성과 UAE 원전사업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입증된 능력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원전의 운영 능력을 뜻하는 이용률(1년 중 원전이 정상 운전되는 시간의 비율) 면에서 한국은 지난해 93.3%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은 89.9%, 프랑스는 76.1%, 일본은 59.2%에 불과하며 세계 평균은 79.4%다. 지난 30년간 20기의 원전을 운영하면서 단 한 건의 대형 사고도 일어나지 않아 안전성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원전 건설비용이나 발전비용도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한국 원전의 건설비용은 kW당 2300달러에 불과하다. 프랑스나 일본이 2900달러, 미국이 3582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20∼35%나 낮다. 발전비용도 이들 국가에 비해 최대 절반이나 낮출 수 있다. 건설기간 역시 한국 표준형 원전(OPR1000)은 52개월로 경쟁국에 비해 5개월 이상 짧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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